메밀·순대·막걸리… 소박한 맛을 공략하라
by조선일보 기자
2010.01.21 11:42:00
[조선일보 제공] 빼어난 풍광과는 대조적으로, 단양에는 내세울 만한 먹을거리가 그리 많지 않다. 단양 사람들 말투를 들어보면 강원도와 경상북도가 묘하게 섞여 있는데, 음식도 그렇다.
맑고 깨끗한 물 덕분인가. 단양이 음식은 몰라도 술은 맛나다. '대강양조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납품하면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대강면에 있는 양조장에 딸린 가게에 들어서니 막걸리 종류가 다양하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검은콩막걸리와 소백산동동주가 가장 잘 나간다"고 했다. '검은콩막걸리'는 쌀과 밀가루에 검은콩과 깨를 더했다. 묵직하고 걸쭉하다.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것이 두유 같다. 입에 맞는다면 '오곡막걸리'도 좋아할 듯하다. 쌀과 밀가루, 옥수수, 보리, 조로 만든다. 막걸리다운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면 '소백산동동주'다. 쌀(30%)과 밀가루(70%)에 솔잎과 누룩을 더했다. 검은콩막걸리 1800원(1200mL)·2500원(1700㎖), 소백산동동주 1400원(1200mL) ·1800원(1700mL), 오곡막걸리 4000원(530mL). 6병 이상, 택배비 4000원을 추가하면 전국 어디든 배달된다. (043)422-0077
| ▲ '돌집식당' 오색마늘, 단양시장 '달동네순대' (왼쪽부터). / 조선영상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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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전통시장은 규모가 시골치고는 꽤 크다. 메밀부침을 전문으로 한다고 내건 가게가 여럿 있다. '메밀부침이랑 보리밥이랑'에 들어갔다. 메밀부침을 시키니 솥뚜껑을 뒤집은 것처럼 오목한 번철을 달궈 기름을 휙 두르더니 김치와 파를 놓고 메밀반죽을 두른다. 척척 접어서 쓱쓱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아 상에 낸다. 구수한 메밀 향기가 뜨거운 김과 섞여 퍼진다. 씹으니 툭툭 끊기는 것이 메밀 함량이 높은 듯하다. 가게 주인은 "밀가루와 섞지 않고 메밀가루 100%로 반죽을 만든다"고 했다. 메밀부침 3장 5000원, 올갱이해장국 5000원 (043)421-0019
단양시장에는 순댓국밥집이 서넛 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집은 '달동네순대'. "달동네도 없는 단양에 웬 달동네냐"고 묻자, 주인 오길녀(62)씨는 "서민들 오라고"라며 웃는다. 순댓국밥집을 한 지 25년째. 순대도 매일 새벽 직접 만들고 머릿고기(눌림머리)도 누른다. 점심때가 되자 단양 주민들로 가게가 꽉 찼다. 대개 순댓국밥을 먹는다. 인심이 푸짐하다. 머릿고기, 각종 부속, 순대 따위가 국물보다 더 많다. 약간 누린내가 나지만 구수하고 시원하다. 머릿고기는 막걸리 안주로 알맞다. 순대 5000원, 순댓국밥 5000원, 눌림머리 6000원 (043)423-0644
| ▲ '돌집식당' 곤드레 돌솥밥, 단양시장 '메밀부침이랑 보리밥이랑' (왼쪽부터). / 조선영상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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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이 품은 단양은 산나물이 풍성하다. 단양시장에서 멀지 않은 '돌집식당'은 곤드레 돌솥밥에 각종 요리를 더한 '더마나곤드레' 정식을 낸다. 강원도 곤드레밥과 다른 점은 마늘이 들어간다는 점. 단양의 대표적 작물이 마늘이기 때문이다.
2인분 이상 주문 가능한 정식 1인분 1만5000원. '특'으로 주문하면 떡갈비와 닭다리, 육회 따위가 추가되고 2만원 받는다. 일반 정식 정도면 충분할 듯하다. 정식을 먹으면 '오색마늘'이 나온다. 마늘을 살짝 쪄서 마요네즈, 허니머스터드 소스, 초고추장, 포도잼 따위에 버무려 낸다. 맵지 않고 아삭아삭한 마늘과 소스가 의외로 어울린다. 누린내와 매운맛은 없애되 물컹하지 않을 정도로 찌는 노하우가 특별하다. 올갱이국도 괜찮다. '더마나곤드레' 1만5000·2만원, 올갱이국 6000원 (043) 422-2842, 423-4949
자연식당은 2대째 이어오는 더덕구이로 이름났다. 단양 근방에서 나는 더덕만 쓴다는데, 확인할 수는 없지만 더덕 향이 짙고 신선하다. 더덕에 매콤하게 양념한 돼지고기를 함께 버무린 '더덕주물럭'이 이 식당에서 자체 개발했다고 내세우는 메뉴다. 불고기판과 비슷한 볼록한 불판에 벌겋게 무친 더덕과 돼지고기를 볶듯 굽는다. 각종 반찬이 상을 꽉 채워 나온다. 전체적으로 짠듯한 것이 경북 입맛인 듯하다. 더덕구이 1만원, 더덕주물럭 1만2000원, 산채정식 8000원 (043)422-3029
단양에서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인 먹을거리는 쏘가리이다. 흔히 '민물고기의 왕'이라 불리는 생선이다. 희고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육질이 회나 매운탕, 조림용으론 최고로 친다.
아쉽게도 겨울은 쏘가리가 흔하지 않다. 쏘가리는 가장 맛있다고 하는 봄부터 가을까지 주로 잡힌다. 요즘은 단양에 가도 쏘가리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어렵게 찾더라도 매우 비싸다. 쏘가리회가 1㎏에 무려 15만원. 1㎏이면 남자 어른 둘이서 안주로 먹어도 약간 부족한 정도의 양이다. 먹고 나면 회 뜨고 남은 대가리와 뼈로 매운탕을 끓여주기는 한다. 쏘가리매운탕도 5만·7만·9만원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