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 도입 5년.."문제점만 남았다"

by윤진섭 기자
2008.05.23 11:48:10

분양가 거품 뺀다..오히려 분양가 올랐다
집보고 산다..모델하우스 중심 여전
실수요 청약시장 재편..실수요 계약포기 늘어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재건축 후분양제도가 도입된지 5년이 됐지만 취지는 사라지고 문제점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3년 5·23 대책으로 도입된 후분양제도는 ▲분양가 거품 제거에 따른 분양가 인하 효과 ▲완공 주택 확인에 따른 소비자 선택폭 확대 ▲실수요 위주 청약시장 재편 등이 도입 취지였다. 하지만 분양가 거품 제거는 고사하고 오히려 분양가만 끌어올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역효과가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파트를 후분양하면 수요자들이 완공된 주택을 비교해서 선택하기 때문에 고분양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후분양 아파트 분양가가 기존 시세 수준에 책정돼 이같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달 초 분양을 앞둔 반포주공 3단지의 일반분양가는 3.3㎡당 3000만-3500만원 선. 국민주택규모인 84㎡(25평) 분양가도 7억5000만원에 달한다. 
 
관리처분(2006년 하반기) 당시 84㎡ 조합원의 분양가격이 3.3㎡당 14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에 선분양했다면 3.3㎡당 가격은 2000만-2500만원 안팎에 그쳤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인근 서초동에서 씨앤우방이 3.3㎡당 1564만원, 경남기업이 3.3㎡당 1754만원에 분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후분양제도는 집부터 짓고 나중에 분양을 하기 때문에 각종 금융비용을 일반분양가에 넘길 수밖에 없다. 또 공사기간 동안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는 점도 분양가가 비싸진 이유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후분양제 도입의 또 다른 취지는 완공된 집을 보고 청약하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점이었다. 후분양제 도입 당시 건교부는 "후분양 목표 수준으로 잡은 공정률 80%는 내장공사가 대부분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사할 시기를 감안하면 사실상 완공 후 분양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후분양 아파트도 겉모습만 볼 수 있을 뿐 내부는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모델하우스를 건립하는 등 여전히 선분양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실제 반포주공 3단지를 분양하는 GS건설은 강남구 대치동에 자이캘러리에 84㎡, 116㎡ 모델하우스를 준비 중이다. 반포주공 3단지 내에는 297㎡에 한해 샘플하우스를 만들어놨다.

GS건설 관계자는 "단지 내 각종 조경공사와 마감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예비 청약자들이 단지로 몰릴 경우 공사 중단은 물론 안전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내부마감도 완전히 끝난 상태가 아니어서 견본주택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후분양제는 분양권 시세차익을 노린 가수요를 배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실수요자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분양시장의 최고 인기물량 중 하나였던 서울 은평뉴타운 1지구는 279가구가 계약을 포기했고 예비당첨자도 142명만 접수해 총 137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았다. 은평뉴타운 1지구 전체 1643가구 중 8.3%가 주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계약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후분양제 실시로 철저한 자금계획 없이 청약한 수요자들이 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은평뉴타운을 비롯한 후분양제도 아파트는 전체 공정의 80%가 끝난 뒤 분양되기 때문에 계약금부터 잔금까지 모든 분양대금을 치르는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후분양제도 도입 후 실수요 위주로 청약시장이 재편된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실수요자의 청약을 포기시키는 역효과도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2003년 5·23 대책을 통해 도입된 것으로 일반분양분을 건축 공정이 80% 이상 진행된 후 분양할 수 있는 제도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지난 2003년 7월 1일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돼 그동안 대상 물량이 거의 없다가 올해 반포주공2, 3단지 등에서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