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때론 한 씬 이다

by조선일보 기자
2006.11.02 12:00:00

‘햄릿’‘맥베드’의 결정적 그 장면

[조선일보 제공] 어떤 연극은 사진에 잡힌 한 순간만으로도 관객을 흔든다. 2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를 채우는 ‘햄릿’과 4·5일 그 무대를 이어받는 ‘맥베드’가 그렇다. 리투아니아 연출가 네크로슈스는 무대에서 말(言)은 아끼고 물·불·흙·돌 등 자연의 사물들로 관객의 마음을 두들겨 팬다. 펀치력은 얼얼하고 해석력은 현대적이다.


▲ 물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재해석된 ‘햄릿’

‘햄릿’ 2막 중 한 장면. 이 사내는 클로디어스 왕이다. 형을 살해하고 형수와 결혼한 그가 햄릿이 꾸민 연극을 본 후 참회의 기도를 하고 있다. 포도주잔에 담긴 건 물이다. 세상을 다 빨아들일 것 같은 표정을 한 클로디어스는 이 대목에서 “하늘이 비를 억수같이 내려 내 손을 씻겨주었으면…”이라고 기도한다. 연출가는 ‘햄릿’을 관통하는 이미지로 물을 쓴다. 리투아니아에서 제빙기까지 가져온 그는 꽁꽁 얼어붙은 샹들리에 등 얼음도 여러 장면에 밀어 넣는다. 부슬비처럼 물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연극은 닫힌다.




‘맥베드’의 3막 초반. 바닥엔 주먹만한 돌덩이 수백
▲ 돌덩이들이 비처럼 떨어지는 ‘맥베드’
개가 흩어져 있고, 공중에는 이 돌덩이들이 담겨 있던 상자들이 어질어질 흔들린다. 뿌옇게 날리는 흙먼지. 놋쇠 솥 위에 널브러져 있는 사내가 맥베드다. 뒤로 희미하게 마녀들이 보인다. “여자에게서 난 사람은 널 죽일 수 없다”는 마녀들의 말에 긴장을 놓은 맥베드는 곧이어 환영(幻影)을 만나는데, 수백 개의 돌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그를 쓰러뜨린 장면이다. 연출가는 맙소사, 200㎏이 넘는 돌덩이들까지 리투아니아에서 가져왔다.

▶두 연극 모두 3시간 40~50분(휴식 2회 포함)이 걸릴 정도로 공연 시간이 길다. 리투아니아어로 공연하며 한글 자막이 제공된다.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