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메~모" 재능 없어도 꿋꿋했던 청년, SNS가 준 용기
by김혜선 기자
2024.09.03 09:25:59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얘들아, 나 학원 그만 둘까? 진지하게 무재능 같음.”
| 나다움씨의 메모장 디자인 '음메모' (사진=@narano4wool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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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인터넷상에 올라온 한 장의 포스터가 큰 화제가 됐다. 이 포스터는 취준생인 ‘나다움’씨(가명)가 만든 메모장 디자인으로, 소 캐릭터가 그려져 있고 ‘음~메모’라는 글이 써 있다. 메모에 소의 울음소리 ‘음메’를 덧붙여 만든 것이었다. 어설픈 디자인 실력이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재미있다”는 반응이 나왔고, 그대로 밈(Meme·인터넷 유행어)이 됐다.
이후에도 다움씨는 개성적인 디자인을 자신의 트위터 ‘나다움(@narano4wooles)’에 공개했다. 피아노 건반 ‘미’ 위에 캐릭터를 올려 두고 ‘미친 사람’ 포스터를 만들고, 자동차를 탄 햄스터가 핵폭팔로부터 도망치며 ‘난 다 잘 돼’, ‘이게 되네’라고 속삭이는 포스터도 만들었다. ‘미친사람’은 164만명이 조회했고, 햄스터는 172만명이 봤다.
그렇게 반년간 꾸준히 디자인 게시글을 올리니 ‘실력이 늘었다’며 칭찬해주는 이들도 생겼다. 그러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기업에서 다움씨에게 디자인 의뢰를 맡긴 것이다. LG생활건강의 풋샴푸 계정인 ‘발을 씻자’에서 유기견 입양을 위해 다움씨에게 포스터 제작을 요청했다. ‘재능 없다’는 말에 디자인을 포기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다.
다움씨가 디자인 공부를 시작한 것은 ‘뭐라도 배우자’라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어릴 적 어려운 가정형편에, 어머니 홀로 다움씨와 그의 언니를 키웠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아르바이트만 하고 지내다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시작했다. 그나마 디자인은 배워볼 수 있을 것 같아 국비지원으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이후에도 ‘내 길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계속 해왔다고 다움씨는 전했다. 취업은 또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몇번이고 그만 둬야 할까 생각했지만, ‘사이버 친구들’의 응원이 계속 노력할 수 있는 용기가 됐다.
다움씨는 “안면도 없는 분들이 저를 응원해주시고 발전하는 모습에 저보다 기뻐해주셨다. 그런 반응들 덕분에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 자리를 빌어 그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재밌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이다. ‘웃기는 걸로도 잘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유쾌함을 줄 수 있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발을 씻자’의 포스터 의뢰에 대해서도 “엄마가 ‘보이스피싱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신기한 일이었다”며 “아직 가람이(유기견)가 입양이 안 되었는데 꼭 잘 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또 “영화 ‘설국열차’에서 오랫동안 닫혀 있어서 벽인 줄 알았는데 사실 문이었다는 대사가 있다. 그 대사를 보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많은 취준생 분들도 문을 찾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