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 좀 말려줘”…전쟁 중 러시아-우크라, 휴전 가능할까

by이명철 기자
2023.07.30 18:18:19

푸틴 “대화 거부하진 않지만, 공격받는 상황선 힘들어”
우크라이나 대반격 중, 모스크바 본토 드론 공격도 감행
아프리카연합 중재 나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평화 회담’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을 파기한 후 국제사회 비난이 이어지자 우크라이나와 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핑계로 들면서 협상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 실질 휴전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협상에 나서길 원하는 만큼 양측간 갈등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통해 아프리카에 무상 곡물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에도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맺은 흑해곡물협정을 체결한지 1년여만인 지난 17일 일방적인 파기를 선언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통로인 흑해 연안 오데사를 집중 공격했다.

흑해곡물협정으로 식량 위기 우려가 커진 가운데 열린 이번 러·아 정상회의는 의미가 컸다. 러시아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연합을 통한 세력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협정 파기로 아프리카연합(AU)이 유감을 표했고 이번 정상회의도 저조한 참석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푸틴은 아프리카를 달래기 위해 최대 5만t(톤)의 곡물 무상 제공 등을 제안했지만 AU측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아잘리 아수마니 코모로 대통령 겸 AU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우리를 도울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지만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리는 (러-우) 휴전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제안과 관련해 평화의 기반이 될 수 있지만 실현이 어렵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다.

대반격을 선언한 우크라이나는 남부 국경 지역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 본토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 본토에 드론(무인기)을 날려 공격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의 발표를 인용해 이날 새벽 모스크바 시내 오피스 건물들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로 드론 3대가 날아와 한 대는 격추됐지만 두 대가 시내로 들어왔다가 전파 교란을 받고 추락했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분쟁의 중재 구상 중 하나가 휴전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우크라이나 군대는 (러시아를) 공격 중이고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우리도) 공격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양국간 전쟁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됐고 러시아 역시 연일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음에도 협상 실패의 책임을 우크라이나로 돌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대화 가능성에 대해 “거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으로 대반격을 통해 영토를 수복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협상 기준점이 어떻게 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최근 동결 분쟁(한국의 휴전과 같은)에 대한 논의와 관련해 “우리 땅을 되찾고 우리 영토의 안보를 회복하는 것이 승리지, 동결 분쟁은 승리가 아니다”라며 일축하기도 했다.

한편 아프리카에 이어 중동 지역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중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다음달 5~6일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서방국과 인도·브라질 등 개발도상국들이 참석하는 평화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측에서는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참석할 수 있다고 전했지만 백악관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동안 러시아측을 지지했다는 미국측 비판을 받으면서 우크라이나와 외교 활동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아랍 정상회담에 초청한 바 있으며 양국간 포로 교환 협상을 중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