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전 사외이사 연임 찬성에 수탁위원 반발…왜?

by조해영 기자
2021.03.16 09:19:39

국민연금, ISS가 반대 권고한 사외이사 연임 찬성
수탁위에 결정 맡길 수 있지만 내부 투자위서 결정
일부 수탁위원 "주주가치 훼손…수탁위에 맡겨야"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국민연금이 오는 17일 삼성전자(005930)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위임받아 결정하는 산하 위원회가 삼성전자 의결권 행사가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을 두고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 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국민연금은 지난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전자 주총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 공시했다. 국민연금은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선임,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찬성하기로 했다. 다만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을 두고는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춰 과다하거나, 보수한도 수준과 보수금액이 회사의 규모, 경영성과 등에 비춰 과다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반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은 10.70%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반대’ 입장을 권고하면서 관심이 쏠렸던 사안이었다. ISS는 박병국 서울대 교수,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전 법제처 차장 등 3명이 경영진 견제와 감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투자자들에게 반대표를 권고했지만, 국민연금은 찬성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반면 ISS를 제외한 여타 자문사들은 찬성을 권고했다.

이번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됐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내부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지만,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에 결정을 위임해 이를 따른다. 최근 국민연금은 포스코(005490) 최정우 회장의 연임이나 대한항공(003490) 유상증자 등의 결정을 수탁위에 맡겼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자료=국민연금)
국민연금이 내부 논의를 거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면서 일부 수탁위원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ISS의 반대 권고 등을 근거로 삼성전자 사외이사 연임안은 수탁위가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1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은 전문위원회(수탁위 등) 재적인원 ‘3분의 1’ 이상이 장기적인 주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전문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는 사안은 수탁위가 결정하고 그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업가치 훼손이 명백하게 발생했고 그에 대한 감시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는 반대하게 한다는 규정이 명확하게 있다”며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이 다른 경우에도 관행상 전문위에 안건이 올라와 논의해 왔는데 이번에는 빠졌다고 해 수탁위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본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수탁위는 16일 오후 회의를 연다. 다만 삼성전자 주주총회 안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안건은 국민연금 내부 결정으로 정해졌고 오늘(16일) 따로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회의 일정 등을 고려하면 해당 안건이 수탁위에서 다시 논의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국민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