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리시대의 민낯..대출자·예금자 모두 '멘붕'

by성선화 기자
2015.03.15 16:33:57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탄 송모씨는 지난 12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연1.75%)에 분통을 터뜨렸다. 송씨는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엔 고정금리로 갈아타야 한다는 정부 정책과 은행의 말만 믿고 고정금리로 갈아탔는데 화가 난다”며 “연3.5%였던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갈아타면서 금리가 되레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에 집을 마련하느라 3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고 지난해 말 고정금리로 갈아타면서 월 상환 이자가 10만원이나 늘어났다. 1년으로 환산하면 120만원이 넘는다.

연1%대 초저금리 시대를 맞이하면서 고정금리 대출자와 예금자 모두 불만을 토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자는 금리 인하 혜택뿐만 아니라 연2%대 금리를 제공하는 ‘안심전환대출’의 혜택을 전혀 못보기 때문이다. 예금자 역시 은행에 돈을 맡겨도 오히려 물가상승률을 커버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실질금리 마이너스에 허탈하기만 하다.

지난 2011년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대출자의 채무상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2017년까지 40%까지 높이라는 정책 목표 이후 고정금리로 갈아탄 대출자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연1.75%까지 떨어지면서 정부 시책을 충실히 따른 고정금리 대출자만 뒤통수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30년 가까운 장기 고정금리대출을 받은 대출자들은 금리 인하 혜택을 전혀 누릴 수가 없게 됐다. 대부분 3년 이내에 중도상환수수료가 있는데 만약 중간에 대출을 갈아타려면 남은 대출 일수대로 계산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한다. 게다가 최근에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탄 사람들이라면 대출 이자 감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연2%대의 주택담보대출 시대를 본격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안심전환대출’ 출시를 앞두고서도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내놓은 연2%대의 안심전환대출은 오는 24일부터 출시되지만 대출 신청 자격을 변동금리 대출과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최근 금리 하락과 더불어 정책 혜택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이중으로 손실을 입게 된 셈이다.

기러기 아빠들도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일반적으로 통화량이 늘어나 물가가 높아지고 해외에서 들어왔던 자금이 밖으로 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게 된다.



가뜩이나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 기준금리 인하까지 맞물리게 되면 환율 상승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지금 1000달러를 생활비로 송금해야 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1110원일땐 111만원이 필요했지만 1130원이면 113만원이 필요하게 된다.

해외에 있는 자녀에게 송금 계획이 있는 기러기 아빠들은 조금이라도 환율이 더 쌀 때 미리 환전을 해 놓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한숨을 쉬고 있는 상황이다.

이자생활자나 목돈을 모으려는 예금자들도 1%대 초저금리 시대가 본격 도래하자 울상을 짓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 대부분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1% 후반에서 연2% 초반대지만 이번 금리 인하 여파로 일부 남아 있는 연2%대 상품이 자취를 감추며 연1% 중반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예적금 상품 금리를 줄줄이 인하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13일 연2.0%였던 3년 만기 일반정기적금의 금리를 연1.9%로 인하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27일 적금 금리를 0.1%포인트씩 내렸다. 국민은행의 ‘가족사랑 자유적금’과 일반정기적금의 금리는 연1.9%로 낮아졌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30일 주력상품인 ‘S드림 적금’ 금리를 연1.9%로 인하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이 이제는 미덕이 아닌 시대”라며 “물가상승률을 연2%대로 가정하고 15.4%인 이자소득세 등을 고려하면 예·적금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