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류성 기자
2014.08.17 17:03:16
전자업,워크아웃 단골 공통불구 결과 대조적
가격전략과 해외매출 비중이 운명 좌우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동부대우전자 vs 팬택 .’
두곳 모두 모두 제품 사이클과 유행이 어느 산업보다 급변하는 전자분야를 주력으로 하면서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같은 거대 전자업체를 경쟁사로 두고 있다. 여기에 이들 경쟁사에 밀려 수년간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이라는 극한의 경험을 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비슷한 경영 궤적을 그린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전자업계 ‘빅3’ 진입을 목표로 거론할 정도로 부활 날갯짓을 하고 있다. 반면 국내 유일의 스마트폰 전문업체인 팬택은 지난 12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또다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왜 그럴까.
동부대우전자는 작년 동부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 무려 13년이라는 기나긴 워크아웃 기간을 보냈다.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도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함께 국내 가전시장에서 ‘빅3’를 겨루던 동부대우전자(당시 대우전자)는 지난 1999년 외환위기 파고를 넘지 못하고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동부그룹의 품에 안기기 전까지 5차례나 매각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워크아웃 경험에 있어 동부대우전자 만큼이나 팬택의 이력도 만만찮다. 지난 2006년 12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후 5년 만인 2011년 스마트폰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워크아웃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또다시 올해 2월 워크아웃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거꾸로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이후 재기를 모색하던 팬택은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이동통신 3사에 45일씩 돌아가면서 내린 영업정지로 직격탄을 맞아 법정관리라는 중환자실 입원을 원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팬택과 동부대우전자의 현재 입지가 대조를 이루게 된데는 무엇보다 제품의 가격 전략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 재기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제품가격대를 기존 중고가 중심에서 중저가로 급선회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주력하는 중고가대 구간에서의 경쟁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가격대 수요를 타깃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중저가 시장에서는 주력 제품인 세탁기, 냉장고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삼성, LG등과 정면승부를 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실속있는 가격대를 원하는 소비자층을 집중공략한 것이 기업회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팬택은 주력이자 유일한 제품인 스마트폰 제품에서 중고가 가격 전략을 고집해 좌초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세계적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비해 브랜드 파워면에서 절대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이들과 유사한 가격전략을 펼친 것이 자충수였다는 분석이다. 중고가 대신 동부대우전자와 같이 중저가로 실속가격대를 선호하는 고객층을 집중 공략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팬택의 한 임원은 “중고가 중심에서 중저가 가격대로 갑작스럽게 선회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실기한 측면이 크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해외 매출비중의 높고 낮음도 두 회사의 희비를 갈랐다.
동부대우전자는 국내 매출이 20%대에 불과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매출이 급감하는 등의 부작용을 겪지 않았다. 특히 워크아웃 기간 동안 중남미,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에서는 오히려 매출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며 회사부활을 뒷받침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하게 된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도 “해외 매출이 탄탄하니 인수할 만한 가치와 저력이 있다”는 평가였다.
반면 국내에서 매출 90% 이상을 거두는 팬택은 결국 ‘내수용’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손을 들어야만 했다. 지나친 국내매출 의존도는 국내 스마트폰시장이 부진하게 되면서 곧바로 경영위기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특히 올해 3월부터 시행된 정부의 이통사 영업정지 조치로 내수에 ‘올인’하다시피하고 있던 팬택은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