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현금뿐"..건설사 비상경영

by윤진섭 기자
2008.07.17 11:20:34

대형 프로젝트 시공권 과감히 포기, PF사업 신중
보유 부동산 매각 및 주식 처분 적극 나서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건설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미분양과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자칫 경영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영에 부담이 되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 유가증권 등 자산 매각도 병행하고 있다.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우림건설은 최근 서울 금천구 독산동 육군도하부대 이전부지 개발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에 따라 이 사업의 시공사는 롯데건설로 변경됐다. 우림건설이 사업에서 발을 뺀 데는 카자흐스탄, 용인 동진원 사업 등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독산동 프로젝트까지 병행하기엔 사업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PF사업 참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은 올 상반기 한류우드 2구역 사업 제안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수행하고도 내부 투자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결국 포기했다. 재무 파트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사업 제안을 포기한 것이다.

SK건설도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 PF사업에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합류키로 하고 공동작업을 진행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발을 뺐다.

롯데건설은 부산 문현 혁신도시 PF사업을 오랫동안 준비했으나 최근 재무파트에서 참여를 반대하고 있어 내부 투자심의 통과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SK건설과 롯데건설은 그동안 수주한 PF사업 전반에 걸친 수익성 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도 대형 PF사업과 관련해 내부 투자심의 단계를 2단계에서 4단계로 늘렸다.



A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주택경기 침체가 외환위기 못지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지금은 대형 PF사업 등 신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진행 중인 사업에 집중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자금압박이 심하거나 우려되는 회사는 부동산, 시공권 등 자산을 내다팔고 있다.

대주건설은 인천 검단신도시 내 검단지구 사업부지 23블록과 24블록의 시공권을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에 1180억원에 매각했다. 또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안성의 골프장과 동두천 다이너스티 골프장, 함평 다이너스티 골프장 등을 매각했거나 진행 중이다.

신성건설(001970)도 평택시 용이동 내 자사 보유 토지를 선영건설에 455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 중 360억원은 단기차입금 상환용으로 사용했다.

주식이나 자산을 처분해 경영 효율화에 나서는 건설사도 증가하고 있다. CJ건설은(옛 CJ개발)은 CJ그룹이 CJ투자증권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함에 따라 보유주식 2375만1990주를 처분했다. 이에 따라 CJ건설은 주식처분 대금 1037억4100만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CJ건설은 이 자금을 경영 정상화 및 향후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부건설(005960)도 차입금 상환을 위해 작년 말에 실트론 주식 39만6000주를 매각해 853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