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IT株 "허와 실" 논란 가열

by양미영 기자
2008.03.24 11:04:53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증시가 닷새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며 단기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향후 만회장을 이끌 주도주에 대한 탐색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 강세장에서 소외됐던 전기전자(IT) 업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환율 급등과 이에 따른 수출관련 수혜주로 지목되는 한편으로 향후 업황개선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며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베어마켓에서 그나마 랠리를 이끌 업종으로 자동차와 함께 IT주를 꼽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밸류에이션 매력에서의 접근은 가능하지만 미국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인 수요 개선에 따른 실적 호조를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24일 코스피는 5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며 20일 이동평균선마저 뚫어냈다. 지난주에 이어 금융주가 선봉에 서고 있지만 최근 속등의 초입부에서 IT관련주들이 선봉에 서면서 향후 주도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상태다.

▲ 자료:삼성증권

이날 증권사들은 대부분 IT주를 향후 베어마켓 랠리를 이끌 주도주로 꼽았다. 환율 수혜는 물론 실적과 가격 모두 바닥을 지나면서 향후 개선 가능성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을 비롯해 긍정적인 요인이 부각되고 있는 IT와 자동차에 대한 비중확대가 필요해 보이는데 특히 IT업종의 경우 지난해 7월이후 8개월만에 기업이익 수정비율이 상승했다"며 "최근 기업이익 개선 기대감이 강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현 동양증권 연구원도 "IT주의 주도력 강화현상은 주도주 관점에서 긍정적 부분"이라며 "올들어 IT섹터는 코스피가 13.3% 하락하는 과정에서도 4.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펀더멘털 변화를 반영한 주도주 접근이 꾸준히 유지되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수에도 귀가 솔깃해질만 하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중반이후 외국인이 대만과 한국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긍정적 매매패턴을 보였는데 대만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에 매수를 강화했고,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순매수를 강화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IT주가 주목받으면서 삼성전자가 옛 위상을 되찾을지도 관심이다. 지난해 급등장에서 IT주 전반이 소외되면서 삼성전자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외국인의 지분 비중이 45%대로 뚝 떨어진데다 시가총액 비중도 15%를 크게 하회하면서 지수 영향이나 기여도 는 이미 크게 낮아졌다.



다만, 최근 상승장에서는 주도주로서의 흐름이 돋보였다. 24일 연이틀 조정을 받는 흐름이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개선은 물론 바닥을 찍은 실적이 회복구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이날 키움증권은 "환율 상승으로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데 이어 2분기부터는 V자형 실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목표가도 84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푸르덴셜증권 역시 수익 턴어라운드를 기대하며 특히 LCD호조와 환율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기존전망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IT주 낙관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실적이나 업황 개선을 주도할만한 수요 증가는 결국 미국의 경기 흐름과 같은 선상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서다.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가 크긴 하지만 이 것이 IT주 전반으로 파급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일종의 착시 현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 면에서 이익개선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IT업종 자체가 미국의 경기 의존성이 매우 강하다"며 "매크로 측면에서 강한 모티브를 찾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비용절감이 지속되고, 이익 역시 바닥 인식이 강하다"면서도 "이를 축으로 한 이익이 저점을 기록하면서 턴어라운드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수요 측면에서 둔화요인을 간과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보다 강한 잠재력을 보이려면 경쟁구조 재편 등을 통해 공급과잉을 해소해야 주가가 강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개별종목 차원에서 턴어라운드 중이고, 환율 영향도 분명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중국 관련주들이 미국 등 선진국과 상관없이 탄력을 받은 것과 달리 자동차나 IT주의 경우 선진국 노출도가 높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