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국방장관 통화…흑해 충돌사태 두고 '평행선'

by장영은 기자
2023.03.16 09:41:33

흑해 美 무인기 격추사건 하루만에 양국 국방수장 통화
美 "흑해 정찰 계속할 것" vs 러 "명백한 도발 행위"
'네탓' 공방 이어갔지만 군사적 갈등 확대는 경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과 러시아는 흑해 영공에서 미국 무인기와 러시아 전투기의 충돌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만인 15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가졌다. 양측은 충돌 사태의 책임이 상대편에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면서도 이번 사태가 확대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사진= AFP)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전날(14일)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와 대치하던 미국 무인기가 추락한 지 하루 만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통화를 가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이날 전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 양국 국방 수장의 통화는 이례적인 일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번 통화에서 미 무인기에 대한 러시아측의 ‘차단(intercept)’ 행위에 대해 비판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쇼이구 장관과의 통화 사실을 확인하면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에서 비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를 향해서는 군용기를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운항할 것을 요구했다.

쇼이구 장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오스틴 장관에게 크림반도 연안 무인기 비행 근본적으로 도발 행위이며, 흑해 지역에서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령인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했으나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자유로운 비행이 허용된 국제공역에서 정찰 비행에 대해 러시아가 무모한 근접비행으로 위협·공격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는 미군 드론이 자신들이 설정한 비행 제한구역을 침범해 식별을 위해 전투기를 출격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흑해 상공을 비행하다 러시아 전투기와 대치 후 추락한 미국 무인기 MQ-9 리퍼. (사진= AFP)


흑해 충돌 사건 관련 책임 공방과는 별개로 미국과 러시아는 이번 사태가 군사적 갈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각적인 고위급 대화 채널을 가동에 나선 것에 이어 양측 모두 긴장 고조를 바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현재 우리는 어떤 잠재적 긴장 고조 가능성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소통선을 열어놓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며 “즉시 전화 통화를 통해 서로에게 관여하는 것은 매우 핵심적이며 이것이 오판을 하지 않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 회의에서 “각국은 대화를 통해 국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결코 건설적 대화를 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국 합참의장 역시 조만간 통화를 갖고 흑해 충돌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