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안마방' 출동한 경찰..퇴직 위기 처한 이유
by조민정 기자
2022.02.02 15:19:16
A업소, 무자격 태국여성 안마사로 고용
신고받은 경찰 "선처 부탁"에 눈감아줘
신고자, 이번엔 감사관실에 경찰신고
재판부 "경찰, 업무 이행 안 해…죄질 무거워"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불법체류자인 무자격 안마사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선처를 바라는 업주의 호소를 받아주었다는 이유로 퇴직 위기에 처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공무원 박모(32)씨와 윤모(36)씨는 2020년 2월 “무자격 안마사가 안마를 하고,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업소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A업소에 출동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엔 업주를 포함해 면접을 보던 남성 이모씨와 무자격 안마사인 태국여성, 남성 손님 등 4명이 있었다.
해당 업주는 이미 같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2019년 2차례에 걸쳐 단속당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경찰공무원 윤씨의 경우 이 업소의 단속 현장에 이미 출동했던 이력도 있었다. 또다시 처벌받을 위기에 처하자 업주는 내부수색을 하던 경찰에게 “잠시 밖에서 이야기하자”고 한 뒤 “손님과 관리사(안마사)가 있는데 이전에도 단속돼서 힘들다. 선처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주를 선처해주기로 한 경찰은 안마를 받던 남성 손님과 태국 안마사를 밖으로 내보내라고 한 뒤 현장을 다시 수색했다. 단속을 마친 이들은 112종합정보시스템 보고서 ‘종결사항’에 “경찰관이 현장에 신속 출동 및 채증 준비해 확인한 결과, 업장에는 업주와 남자 1명이 있었는데 취업을 위해 면접을 온 사람이었다”며 “신고자가 말한 불법체류자나 무자격 안마사 여성은 확인할 수 없다”고 허위 내용을 작성했다.
그러나 해당 업소를 의료법 위반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신고한 고발자는 바로 현장에서 면접을 보던 남성 이모씨였다. 이 남성은 면접을 보던 도중 태국 안마사가 남성 손님을 응대하는 모습을 목격하곤 현장에서 112 신고를 한 것이었다. 경찰들이 해당 업소를 선처해주자 이 남성은 “출동한 경찰관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며 분당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다시 전화해 신고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단독 이인수 판사는 지난 12월 22일 경찰관 박씨와 윤씨에게 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퇴직형을 내렸다. 직업상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는 설명이다. 국가공무원법 제69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당연 퇴직해야 한다.
재판부는 “경찰관으로서 112신고 사건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았고 이후 사건 처리에 관한 시스템에 단속내용을 허위로 입력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들이 범행으로 취득한 이득이 없고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