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제약시장 중국 공략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 찾아야"

by강경훈 기자
2017.04.19 08:51:39

허송산 中 베이징 노스랜드 바이오 대표
휴온스와 공동으로 점안액 전문 ''휴온랜드'' 설립
톈진에 6만6000평 의약산업단지 조성

허송산 베이징 노스랜드 바이오텍 대표가 톈진 의학산업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한국 제약사들에게 세계 2위 시장인 중국은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곳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중국 업체와의 협력은 필수입니다.”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허송산(58) 베이징 노스랜드 바이오텍(이하 노스랜드) 대표는 한국 제약사들의 우수한 품질관리와 제조기술 노하우와 중국 제약사의 현지 영업망이 합쳐지면 양측 모두가 윈윈하는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노스랜드는 우리나라의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대상인 코넥스에 해당하는 중국의 전국중소기업주식양도계통(신삼판)에 상장돼 있는 바이오의약품 개발전문 기업이다. 중국 정부가 2009년 신삼판을 만들 때 시범적으로 베이징 지역의 유망한 기업 50곳을 대상으로 했는데, 노스랜드도 여기에 포함됐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노스랜드의 매출은 1033만 위안(약 17억원)에 불과하고 대부분 연구개발 결과의 기술수출이나 정부지원이 차지했을 만큼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조선족인 허 대표는 길림아태그룹의 아태제약에서 R&D, 영업, 마케팅 등을 두루 경험한 뒤 2004년 노스랜드를 창업했다. 허 대표는 “천연물, 화학, 바이오 중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지 않은 바이오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며 “중국은 사회주의라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기초연구도 발달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스랜드는 현재 간세포성장인자를 이용해 족부궤양 같은 허혈성지체질환을 치료하는 약과 항암치료 후 생기는 혈소판감소증 치료용 인터루킨(면역단백질)-11 등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시, 성(省), 국가 정부별로 연구개발이나 공장설립 등에 지원을 하는데, 노스랜드가 지금까지 지원받은 정부지원금이 5000만 위안(약 83억원) 정도다.

노스랜드는 여러 국내 바이오벤처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국내 제약사인 휴온스(243070)와는 2013년 공동투자로 중국에 휴온랜드라는 점안제 전문 제약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허 대표는 “회사 안팎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신삼판은 상장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 투자유의기업으로 지정되는 제도가 있어 회사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또 2010년 중국 정부가 도입해 2015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GMP(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에 따르면 점안제는 ‘무균시설’에서 제조해야 하는데 중국에서 점안제를 만드는 130여개 제약사 중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허 대표는 “대부분 제약사가 점안제만 전문으로 만들지 않다 보니 새 기준을 위해 점안제 시설에 투자를 할 이유가 없었다”며 “하지만 노인인구와 스마트기기 사용 증가, 환경오염 등으로 점안제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해 파트너를 물색하다 휴온스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휴온스는 2009년부터 점안제 무균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었다. 휴온랜드 베이징 공장은 지난해 11월 GMP를 획득했다. 허 대표는 “올해에만 산동성, 복건성 등 10개 성에 진출해 5000만 위안(약 83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바이로메드(084990)와는 혈소판감소증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크로스 라이센싱을 체결했다. 두 회사가 각각 진행한 연구결과를 서로 공유해 약을 개발하는 것으로 연구개발의 효율을 높여 실패할 확률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노스랜드는 베이징에서 남동쪽으로 약 100㎞ 떨어진 화베이성 톈진에 22만㎡ 규모의 의약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중 10만㎡은 노스랜드가 사용하고 나머지 12만㎡는 중국과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화학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주 열린 바이오코리아에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중국 시장에 대한 국내 제약업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정책이 너무 빨리 변해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 대표는 “새로운 정책을 살펴보면 의약품의 기준을 높여 효과가 불확실한 제품은 정리하고 품질이 보증된 중국산 의약품을 보호하려는 의도를 알 수 있다”며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의 문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중국 기업과 협력한다면 오히려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제약사 입장에서 한국 기업은 합작 파트너로서 유럽이나 미국 업체보다 매력적이다. 허 대표는 “한국은 높은 규제수준을 오래 전부터 유지해 오고 있어 제품의 수준이 매우 높다”며 “한국 전문인력은 당일치기 중국 출장이 가능하다는 것도 미국이나 유럽국가 제약사들은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사드 영향으로 국내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해 허 대표는 “한중 양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사드 배치로 양국의 교류 단절이 지속되는 것은 중국도 원하는 결과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휴온랜드 같이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합작 형태는 정세적 위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cGMP 인증을 받은 휴온랜드 베이징 공장.(사진=베이징 노스랜드 바이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