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반하거나 눈이 즐겁거나

by조선일보 기자
2010.01.14 11:37:01

전국 온천 베스트 5

[조선일보 제공] 지난 8일, 경북 울진 덕구온천에서 취재를 마치고 돌아 나오는데 관광버스가 앞에 멈춰섭니다. 이내 출입문이 열리더니 연세 든 분들께서 조심스레 내려오십니다. 온천 입구까지 긴 행렬이 이어집니다. 호텔덕구온천 원소월 기획과장이 그러더군요. "신경통이나 관절염 치료 효과를 기대하고 오시는 50대 이상이 전체 손님 중 60~70%를 차지한다"고.

국내에서 보기 드문 광천 온천인 강릉 금진온천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해 첫날,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손님들이 금진온천 앞으로 줄을 길게 늘어섰다고 합니다. 금진온천 홈페이지엔 이곳 온천수로 몸이 나았다는 '간증'이 게시판을 빼곡히 메우고 있습니다.

온천이 각종 놀이시설을 갖춘 '워터파크'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지만 온천의 기원은 소박한 간절함이었습니다. 건강을 되찾고 싶은 간절함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온천으로 이끕니다. 온천을 둘러싼 숱한 전설들도 결국 치유되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 빚어낸 거겠죠.

▲ 강원도 강릉 금진온천에서 바라본 동해. 오전 7시 30분쯤 촬영했다. 금진온천은 오전 9시 개장하므로, 사진처럼 해돋이를 감상하기는 어렵다.

간절하긴 지하에 고여 있던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하수가 온천수가 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죠. 비나 눈이 수십 년에 걸쳐 지하 깊은 곳으로 침투하면 지열이나 마그마에 의해 물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갑니다. 개성 없던 지하수는 주변에 있는 지하광물 성분을 흡수하며 그 땅에 어울리는 온천수로 변해갑니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2억년 전 고생대에 내린 비나 눈이 현재의 온천수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지요.

그러하니, 온천은 물의 인내와 인간의 간절함이 만나는 공간입니다. 세월이 흘러 온천 간판이 바뀌어도 이 사실은 변치 않습니다.



물론 '온천'의 법률적 개념은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국내 온천법에 따르면, 25도 이상이되 구성성분이 인체에 해롭지만 않다면 온천으로 규정됩니다. 이 단순명쾌한 정의로 지난 10년 사이 온천은 1999년 231개소에서 2009년 417개소로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까다롭지 않은 온천허가 기준 때문이죠.

그래서 행정안전부는 작년 온천과는 또 다른 '보양온천제도'를 실시했습니다. 온도뿐 아니라 성분·시설·환경 등을 두루 살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강원도 속초의 설악 워터피아와 충남 아산의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울진 덕구온천 세 곳이 보양온천으로 지정됐습니다.

저희 주말매거진+2팀은 보양온천 중 두 곳과 다른 세 곳을 다녀왔습니다. 선정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온천 본래의 기능인 치유의 성격이 강하다고 입소문 난 곳, 다른 하나는 주변 경치가 좋거나 가족들과 함께하기 좋은 곳입니다. 몸의 건강을 물로 다스린다면 마음의 건강을 경치로 챙기자는 취지입니다.

아래 준비한 '온천 테스트'는 자신에게 맞는 온천을 찾는 길라잡이입니다. 마음에 쏙 들지 않더라도, '감' 잡는 데 도움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