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美대표기업 주가..`1弗대` 헐값

by김윤경 기자
2009.03.06 11:31:40

씨티, 5일 장중 1달러 하회
AIG·패니메이 등은 이미 30센트 수준
GM·포드·BOA 등도 1달러 `눈 앞`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천원샵(dollar store)에서 제품 하나를 살 돈으로 뉴욕 증시에서 1주를 살 수 있는 종목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놀랍게도 한 때 떵떵거렸던 금융 공룡 씨티그룹이 있다. 씨티그룹 주가는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장중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폐 한 장 가격도 안되는, 그래서 동전으로도 살 수 있는 주식(penny stock)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 밖에도 미국 대표기업들 가운데에선 이미 주가가 1달러 밑으로 내려섰거나 조만간 그럴 것으로 보이는 곳들이 허다하다.



씨티그룹은 한 때 세계 은행주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2006년 12월18일 57달러까지 달했던 주가는 이날 장중 97센트까지 떨어졌다. 종가는 1.02달러.

주가는 특히 지난 주 국유화 소식 이후에만 60% 이상 떨어졌다. 올들어 낙폭은 85%. 시가총액은 57억달러로 쪼그라 들었다. 2006년 최고가 당시 시총은 2772억달러였다.

씨티는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기업 가운데에서도 가장 작은 기업이 됐다.

이렇게 주가가 수직 낙하하면서 블룸버그의 시총 기준으로 전세계 상장된 은행 가운데 씨티 순위는 무려 184위까지 내려갔다. 말레이시아 부미푸트라-커머스 홀딩스나 씨티가 지분 20%를 갖고 있는 터키의 아크뱅크 보다도 아래다. 물론 한국의 국민지주보다 시가총액이 적다.



인베스코의 다이앤 가닉 스트래티지스트는 "이제 씨티 주식을 `천원샵(dollar store)`에서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5분기 동안 375억달러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정부가 쏟아부은 돈만 450억달러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주 250억달러 규모의 씨티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키로 하는 조치를 발표했지만, 시장에선 부실 자산으로 허덕이고 있는 씨티의 생존을 위해선 더 많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AIG 주가는 이 보다 먼저 1달러를 하회했다. 5일엔 전일대비 18.6% 급락, 종가가 불과 35센트였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주가가 각각 37센트이다.

제너럴모터스(GM)도 조만간 `센트` 단위로 주가가 내려갈 수도 있어 보인다. 5일 종가는 전일대비 15.5% 하락한 1.86달러였다. 지난 20일엔 1.52달러로 52주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포드 주가도 1.81달러다.  

1달러까지는 아니지만 제너럴일렉트릭(GE) 주가는 10달러 밑으로 내려와 있다. 5일 종가는 0.15% 오른 6.66달러.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3.17달러로 최근 2달러대까지 주가가 내려가기도 했다. 미국 대표기업들의 주가가 다 이 모양이다. 

오번 대학의 제임스 바스 교수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는 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 정도 (씨티 등 금융권에 대한)지원이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거나 말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증권거래소(NYSE Euronext)는 주가가 30일 동안 1달러를 하면 상장을 폐지하고 있으나, 금융위기 심화로 주가가 급락하는 기업들이 많아지자 이 규정의 적용을 오는 6월30일까지 일시 중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