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시대)③금투협, 세마리 토끼 잡을까

by김춘동 기자
2009.02.03 10:34:41

자통법 시행과 함께 자본시장 선진화 `첨병`
이익단체와 자율규제 기능 동시에 감당해야
통합주체들간 유기적 이해관계 조율도 필수

[이데일리 김춘동기자] 금융투자협회가 드디어 오는 4일 출범한다.

금융투자협회는 기존 증권과 자산운용, 선물업계를 모두 아우르며 212개의 회원사를 관할하는 최대 금융협회로 새롭게 태어나게 됐다.

금융투자협회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함께 투자자보호와 증권전문인력 양성 등을 포함한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시대적인 핵심과제를 선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친목단체 성격에서 벗어나 금융투자업계의 필요와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이익을 담보할 수 있는 자율규제기구로서의 위상도 높여야 한다.

아울러 통합에 따라 빚어질 수 있는 증권과 자산운용, 선물업계의 갈등을 잘 봉합하고, 권역별로 상이한 이해관계를 유기적으로 조율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금융투자협회는 우선 이익단체로서 금융투자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자통법 초기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만큼 업계의 필요를 잘 담아낼 필요가 있다.

기존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의 경우 은행연합회나 생·손보협회 등 다른 금융협회에 비해 위상이 크게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공통의 이슈가 많지 않은데다 업체 수가 지나치게 많은 특성도 있지만 협회 스스로가 친목단체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향도 크다. 3개 협회의 필요가 상이한 점 역시 공통의 이익을 대변하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실제로 최근 증권업계가 은행 지급결제망에 가입하면서 은행권의 요구를 대부분 그대로 수용했다. 내부적으로는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필요가 서로 엇갈렸고, 증권업협회 역시 공통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통솔력은 물론 은행권과의 협상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제 3개 협회가 통합된 만큼 외형상 금융투자협회는 다른 금융협회를 능가할 수 있게 됐다. 실질적인 영향력 측면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전적으로 금융투자협회의 몫이 됐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융투자협회는 다른 기능에도 불구하고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이 가장 기본"이라며 "전체 금융투자업계의 발전을 위해 더 적극적인 로비단체가 돼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이와는 상반된 자율규제 기능도 더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실제로 영업행위 규제와 시장질서 유지, 분쟁조정과 투자자보호 등 금융투자협회의 자율규제 기능은 대폭 강화된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투자협회의 실질적인 위상은 이익단체로서의 성격보다는 자율규제 기구로서의 역할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협회도 자율규제 기능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금융감독당국의 지시에 따라 마지못해 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회원사 투표로 협회장이 결정되다 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자율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입에 쓰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동의 발전을 담보하는 보약임을 감안할 때 금융투자협회는 자율규제 기능 강화에 일차적인 목표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형상 자율규제위원회를 독립기구로 두고, 위원장 역시 상근직 부회장급으로 임명하긴 했지만 실질적인 운영 측면에서도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 출범과 함께 자율규제 기능이 대폭 강화되는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규제기능을 감당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금융감독당국과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의 최우선 과제는 통합과정에서 또 통합 후 권역별 이해관계를 유기적으로 조율하는 일이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통합시너지는 초기 통합주체들간 이해관계를 얼마나 잘 풀어가느냐에 달려있다. 출범 후로 미뤄놓은 직급과 연봉조정, 노조통합 등이 당장 갈등의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산운용협회와 선물협회의 경우 벌써부터 증권업협회의 독주에 불만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당초 대등한 입장에서 통합을 기대했던 자산운용협회는 증권업협회 측이 회장과 부회장 직을 모두 차지하면서 향후 주도권도 완전히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선물협회의 경우 부서장과 팀장급 인사에서 기존 협회 몫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실제로 `찬반신세`로 전락했다.

자산운용·선물업계 관계자들 역시 통합협회의 내부적인 권력지형에 따라 향후 업계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증권업계 위주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증권업계에 비해 자산운용·선물업계가 소외될 수 있는 만큼 통합협회가 이해관계를 잘 조율해주길 바란다"며 "작은집 입장에서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