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1조 하이브리드債 콜행사 연기

by하수정 기자
2008.06.23 11:20:19

6개월 가량 행사 연기 "최근 금리보다 호조건"
은행별 정책 엇갈려…한국씨티銀 2300억 조기상환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국민은행(060000)이 1조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에 대해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당분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은행채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KB금융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우량한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2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27일부터 가능한 1051억원의 하이브리드채권 콜옵션 행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8월 27일과 10월 27일 각각 돌아오는 5333억5500만원, 2651억6800만원의 하이브리드채권 콜옵션 행사일에도 조기 상환권을 행사하지 않을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총 9036억2300만원에 달하는 이들 콜옵션에 대한 행사를 6개월 정도 미룰 계획이다.

하이브리드채권은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면서도 만기가 30년으로 길어 주식과 같이 기본자본(Tier I)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때문에 증자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3년 만기 30년짜리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하면서 발행 5년 후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붙인 바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발행한지 5년이 지난 후 3개월마다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며 "경영정책적 측면을 고려해 콜옵션 행사를 연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이 지난 2003년 발행한 하이브리드채권 금리는 6.0%, 6.8%, 7.0%로 최근 발행조건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게다가 옵션행사일 이후 적용금리는 1051억원 어치만 `국고채 1년+150bp`으로 조정할 뿐 나머지는 고정금리여서 추가적인 은행 부담이 없다.

최근 우리은행이 발행한 255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의 경우 지난 19일 국고채 10년물 금리(5.83%)에 190bp를 더한 7.28% 수준으로, 이보다도 유리한 조건이다.

특히 물가 급등으로 정책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고 투자자들의 심리도 위축돼 있어 은행입장에서는 콜옵션 행사를 위해 차환 발행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오는 9월 금융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있는 것도 하이브리드채권을 조기상환하기 부담스러운 이유 중 하나다. 자본 건전성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면서 금융지주사로 넘어가는 것이 모양새가 좋기 때문이다.

바젤II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지난 1분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2.32%이며 하이브리드채권이 포함되는 기본자본(Tier1)비율의 경우 10.39%로 국내 시중은행 중 최고 수준이다.

외환은행(004940)도 지난달 말부터 가능한 하이브리드채권 콜옵션 행사를 1년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발행금리가 8.5%에 달해 은행측에 조기 상환을 요구한 투자자들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다음달 28일부터 가능한 2300억원의 하이브리드채권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27일 2700억원의 하이브리드채권 콜옵션 행사를 위해 지난 3월 차환 발행을 겸해 7000억원 규모의 신종채권을 판매했다.

시중은행의 최고재무관리자(CFO)는 "5년전 감독당국이 하이브리드채권 국내 발행을 허용한 이후 은행들의 발행이 봇물을 이뤘고 첫번째 옵션행사일이 올해 다가왔다"며 "당시 발행조건과 현재 시장상황에 따라 은행마다 다른 정책 결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