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봄마중 ''해안 드라이브''
by한국일보 기자
2007.02.23 12:00:00
| ▲ 연인들이 많이 찾는 도장포의 바람의 언덕. 겨울을 보낸 마른 풀들이 서걱서걱 바람을 그려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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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제공] 동백은 꽃의 붉은색으로 화려하지만 잎의 빛으로도 찬란하다. 두툼한 진초록 잎이 튕겨내는 봄빛이 지금 거제의 해안도로 위에 난반사되고 있다.
거제도는 조선업의 호황으로 IMF의 한파도 비켜갔던 부(富)의 섬이다. 거제의 봄은 그래서 더욱 풍요롭다. 제주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는 굴곡이 심해 해안선의 길이(387km)는 제주(263km) 보다 길다. 그 굴곡진 해안선이 거제 관광의 핵심이다. 내해를 끼고있는 섬의 북쪽과 서쪽은 양식장이 지천이라 볼거리가 약하고, 장승포에서 저구에 이르는 외해와 만나는 남동쪽 해안이 절경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역이기도 하다.
14번 국도를 타고 떠나는 해안 드라이브의 묘미는 장승포에서 본격화한다. 큰 도로를 벗어나 잠시 장승포와 내포를 잇는 해안도로에 올라탄다. 길이 언덕 위로 높이 올라가면 바다는 더 크게 드러나고, 이를 보는 눈망울은 함께 커진다.
다시 장승포에서 14번 국도를 타고 남으로 달리는 길. 지세포를 지나 와현, 구조라를 향하면서 탄성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한다. 말굽 모양으로 감싸인 와현의 바다는 마냥 아늑하다.
인적 없는 조용한 와현해수욕장에 서면 수묵화를 그려놓은 듯 바다 끝에 해금강의 고운 모습이 드러난다. 와현을 지나 바로 나타나는 구조라해수욕장은 백사장 앞에 떠 있는 윤돌도가 있어 외롭지 않다. 윤돌도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뒤덮인 사철 푸른 섬이다. 마치 고둥을 엎어놓은 듯한 이 섬은 간조 때가 되면 거제 본섬과 연결된다. 제법 포실해진 볕을 받은 섬은 더욱 윤기 있게 빛이 난다.
학동몽돌해수욕장은 거제를 대표하는 해수욕장. 멀리서 보면 검은 주단 같은 1.2km 정도의 몽돌해변이 펼쳐져 있다. 수많은 몽돌 중 어느 한 돌멩이도 모난 게 없다. 파도의 모진 뭇매에 닳고 닳은 돌멩이들. 이들 돌로 물 수제비를 뜨면 바다의 표면을 잘도 튕겨 달아난다. 몽돌의 파도 소리는 여느 백사장의 소리와 달리 깊고 찰지다.
학동몽돌해수욕장을 지나 남쪽으로 조금만 달리면 팔색조가 깃든다는 학동동백나무 군락지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동백숲은 빨간 꽃들로 화려하지만 이 숲에는 쉽게 들어갈 수가 없다. 자연휴식년제로 지정돼 일단 2015년까지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해금강, 함목몽돌해수욕장, 도장포가 잇달아 있는 갈곶은 경승 집합소. 함목몽돌해수욕장은 학동해수욕장 보다 규모는 작지만 주변 풍경 만큼은 한 수 위다.
도장포 선착장 위의 잔디로 덮인 민둥산이 ‘바람의 언덕’. 바다로 비죽 튀어나온 언덕은 제주의 오름을 닮았다. 뻥 뚫린 시야로 몸과 눈이 시원해지는 곳이다. 이름 만큼이나 바람이 세다. 언덕에 잘 어울리는 벤치는, 그 벤치에 또 잘 어울리는 연인들이 점거하고 있다. 옆에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이보다 낭만적일 수 없겠지만, 혼자라면 더욱 가슴을 서늘케 하는 풍경이다.
바람의 언덕 옆 신선대는 눈맛이 더욱 뛰어나다. 다포도와 대소병대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해금강은 갈곶의 끝에 있는 섬. 진시황의 불로장생초를 캐러 온 서불이 이곳에 반해 돌아가지 않고 머물렀다는 전설이 있다. 여유가 있으면 해금강 마을이나, 도장포 등에서 유람선을 타고 해금강의 십자동굴, 사자바위, 일월봉 등 절경을 즐겨도 좋다
다대 다포를 지나 여차에 이르면 거제 해안 절경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거제를 잘 아는 사람들은 “여차 하면 여차에 머문다”고 한다. 기다란 몽돌해변이 펼쳐진 여차는 거제의 남쪽 끝 마을. 조용하고 아늑한 바다 풍경이 길손을 불러들인다. 여차에서 홍포로 넘어가는 4km 되지않는 비포장도로가 절경중의 절경이다.
SUV가 아니면 차체의 밑바닥을 다 긁어놓을 험한 비포장 길이지만, 길 바로 옆 벼랑 아래가 보여주는 모습은 천상의 풍경이다. 시퍼런 바다 위에 떠있는 수많은 섬들. 대소병대도와 함께 매물도와 소매물도 어유도 가왕도 등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이 길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해질녘이다. 섬들로 이룬 바다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몽환적이다.
멀리 해금강이 실루엣으로 보이는 와현해수욕장에서 한 강태공이 포실해진 봄볕을 받으며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 여차에서 홍포로 가는 벼랑 길에서 만난 낙조. / 도다리쑥국.
| ▲ 멀리 해금강이 실루엣으로 보이는 와현해수욕장에서 한 강태공이 포실해진 봄볕을 받으며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 여차에서 홍포로 가는 벼랑 길에서 만난 낙조. / 도다리쑥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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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의 겨울 별미가 물메기와 생대구였다면 봄에는 도다리다.
예부터 가을 전어, 봄 도다리라 했다. 봄을 대표하는 어종이 도다리. 남녘에서는 초봄 도다리쑥국으로 봄기운을 충전한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싱싱한 도다리와 갓 뜯은 쑥을 넣어 끓여낸다.
겨울 땅을 비집고 처음 나오는 쑥은 산삼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야들야들한 도다리의 하얀 살과 쑥냄새 그윽한 시원한 국물이 입맛을 돋우고, 뱃속에 뜨뜻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거제 사람들은 도다리쑥국을 맛 보러 가조도 앞 성포로 자주 간다. 그곳의 평화횟집(055-632- 5124) 등 많은 횟집들이 제철 음식인 도다리쑥국을 내놓는다. 1인분 1만 원.
거제시청 인근의 멍게비빔밥을 하는 백만석(055-637-6660)과 장승포항의 해물뚝배기를 하는 항만식당(055-682-3416)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