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종가 英 맨체스터, 끝내 美에 넘어가

by이태호 기자
2005.05.13 11:41:14

영국 축구팬, 소액주주 항의시위 등 거센 반발

[edaily 이태호기자] 미국 스포츠계의 거물 말콤 글레이저(사진)가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인기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U)의 지분 70%를 확보해 사실상 경영권을 쥐게 됐다. 빨간 유니폼의 `붉은 악마`로 유명한 MU는 1878년에 창설된 `시민구단`으로 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1998∼1999년 시즌에는 영국 축구단으로서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유럽챔피언스리그, FA컵, 도요타컵을 모두 제패했으며 자산가치도 세계 구단 가운데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13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글레이저는 전날 아일랜드 경마재벌인 존 매그니어와 JP 맥매너스가 갖고 있던 지분 28.7%를 총 7억9000만파운드(약 1조5000억원)에 매입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구단에 대한 보유지분이 절반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미국프로풋볼(NFL)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글레이저는 수년전부터 이들 두사람에게 지분매입 의사를 꾸준히 표시했지만 이들은 축구팬들을 의식,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왔었다. 이와는 별도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도 지난 1999년 MU 인수를 시도했었지만 팬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소식에 MU 팬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팬들은 축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글레이저의 관심이 오로지 입장권 가격을 올리는 등 MU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돼 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맨체스터 서포터스와 소액주주 2000여명은 말콤의 인수 소식이 전해진뒤 경기장 앞 도로를 점거하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매각반대 피켓행진을 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MU 팬들로 구성된 소액주주 그룹인 `쉐어홀더 유나이티드`의 올리버 휴스턴 대표는 "지분을 넘긴 아일랜드인들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며 "돈 몇푼에 MU를 넘긴 그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휴스턴은 약 18%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글레이저의 지분 취득에 반대하는 싸움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그러나 소액주주들의 싸움에 승산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