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팝 그래미 첫 수상이 남긴 과제
by김현식 기자
2026.02.03 06:00:00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K팝이 마침내 철옹성 같았던 ‘그래미 어워즈’의 벽을 넘었다.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8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이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을 부른 오드리 누나(왼쪽), 이재, 레이 아미가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로이터) |
|
K팝 제작 문법으로 만들어진 곡이 ‘그래미’ 트로피 그라모폰을 품은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이번 수상으로 한국인 작곡가 투애니포(24·서정훈), 아이디오(IDO·이유한·곽중규·남희동), 한국계 미국인 작곡가 테디와 이재 등 K팝 창작자들이 ‘그래미’ 수상자로 대거 이름을 올렸다. 앞서 소프라노 조수미(1993년)와 음반 엔지니어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2012년·2016년) 등 클래식 부문에서는 한국인 수상자가 나왔지만, K팝 장르에서 수상자가 나온 건 처음이다.
이번 시상식을 계기로 일종의 ‘서브컬처’로 인식됐던 K팝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영국 BBC는 “‘케데헌’의 그래미상 수상은 K팝 음악의 문화적·상업적 영향력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긴 이르다. ‘골든’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OST라는 우회로를 통해 K ‘그래미’ 수상의 문을 연 것일 뿐, 엄밀히 말해 K팝 아티스트가 발표한 곡이 아니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팽배하다. 이번에도 K팝 아티스트인 로제와 캣츠아이는 방탄소년단(BTS)처럼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에 만족했다.
그라모폰을 품은 축제날, K컬처 전반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다시 환기시켰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문화에 기반을 둔 성장은 주요 국가 전략”이라며 “문화 부분에 투자도 늘리고, 역량도 많이 투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문화·예술 산업 지원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의 여건은 충분히 만들어졌다. 이제 국가 총지출의 1.3%에 불과한 문화재정을 과감히 늘리고, 긴 안목의 밑그림 위에서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