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국감]정부 지원금으로 명품 산 청년농부(종합)

by김형욱 기자
2018.10.09 15:06:28

일부 금액 명품·가전·가구 소비 등에 쓰여
예산 74억→233억원 늘어…"관리 강화해야"
농식품부 “백화점·면세점·수입차 사용제한"

농업협동조합(농협)이 올 4월 연 ‘2018 귀농귀촌 청년창업 박람회’ 기념촬영 모습. 농협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부 청년농부가 영농 정착을 위한 정부 지원금으로 명품이나 고가의 가전·가구를 사는 데 쓰는 등 낭비한 실태가 포착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백화점과 면세점, 수입차 매장 등을 사용제한 업종에 추가하는 등 보완책에 나섰다.

정운천 의원(바른미래·농해수위)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농협은행으로부터 청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에 사용한 직불카드 사용 내역을 받아 공개했다.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은 농식품부가 농업·농촌 고령화를 막고자 만 39세 이하 청년농에게 3년 동안 월 최대 100만원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올해 1600명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했고 내년엔 2000명을 추가 지원한다. 관련 국비도 올해 74억원에서 233억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지원금은 현금이 아닌 농협 직불카드로 제공된다. 매달 전용 계좌로 최대 100만원을 입금하는 방식이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1568명 중 1099명이 4~8월 5개월 동안 총 44억2000만원을 사용했다. 1인당 평균 402만원꼴이다. 주로 △마트·편의점(11억5100만원·26%) △쇼핑(9억1514만원·21%) △음식점(7억9316만원·18%) △농기계 구매 등 농업 관련(5억3134만원·12%) 등에 쓰였다.

특히 쇼핑 중에서 한 번에 200만원짜리 명품을 사거나 가구 매장에서 255만원, 가전 매장에서 166만원 결제되기도 했다. 서울 강남 수입차 서비스센터에서 95만원이 쓰이는가 하면 미용실에서 한 번에 50만원 남짓 결제되기도 했다. 50만원이 넘는 과태료를 내거나 면세점, 커피점 카드 충전 내역도 있었다. 카드를 현금화한 ‘카드깡’ 의심 사용실적도 있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운천 의원은 “안정적 영농 창업 지원을 위해 마련한 돈을 명품 구매에 사용한 건 충격적”이라며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도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백화점과 면세점, 수입차 매장 등을 사용 제한 업종에 추가하고 정확한 사용 실태를 파악하고 부적절한 사용 땐 지원금 환수 등 필요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9일 설명자료를 통해 “대다수는 지원 취지에 맞게 사용하고 있었으나 일부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파악됐다”며 “이번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제도 보완을 추진하고 지원 대상자에 대한 교육·관리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오는 10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농식품부에 대한 국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