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회의에 '중국인 금지'…과학계 '보이콧' 반발

by한규란 기자
2013.10.05 16:59:21

中 사이버공격·해킹 예방위한 美 입법·조치로 금지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산하 연구소 국제 학술회의에서 중국 국적 과학자들의 참석을 제한하자 과학계가 거세게 반발하며 회의를 보이콧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NASA 산하 에임스연구소(Ames Research Center)는 내달 개최하는 케플러 망원경 프로젝트 관련 국제회의 ‘케플러 회의’에서 중국인의 참석을 금지했다.

케플러 회의는 태양계 외부 행성을 탐사하는 케플러 망원경 프로젝트와 관련 최대 연례 학술행사다. 이 조치는 NASA 등 연방기관이 중국과 협력사업을 진행할 경우 예산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법안 등 중국의 사이버 공격이나 해킹 위협을 막으려는 일련의 조치들이 의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에임스연구소는 케플러 회의 참가 신청자 중 중국 국적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NASA 시설 안에서 열리는 회의에 중국인의 출입을 금하는 내용의 연방법이 지난 3월 통과됐다”며 “이에 따라 미국 내 연구기관소속으로 있는 중국 국적의 연구자도 회의 참석에 제한을 받게 됐다”고 공지했다. NASA의 이같은 방침에 과학계는 “명백한 차별”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에서는 회의 참석 자체를 보이콧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부행성 연구의 권위자인 제프 마시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버클리)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순수한 과학 연구로부터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것은 부끄럽고 비윤리적인 조치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토했다.



마시 교수는 또한 회의 조직위원회에 이메일을 보내 “이 회의는 지구에서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행성에 대한 것이지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내용은 없다”며 “양심상 이런 식의 차별을 하는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고 불참 의사를 밝혔다.

데브라 피셔 예일대 천문학 교수도 자신의 연구실에 있는 중국 출신 박사후 연구원이 회의 참석을 거절당하자 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영국 왕립학회장을 지낸 천체물리학자 마틴 리스도 “마시 교수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중국 연구자를 회의에서 배제한 것은) 미국의 ‘자살골’이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옥스퍼드대의 크리스 린토트 박사는 “과학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는데 국적으로 회의 참석을 제한하는 건 냉전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라며 “주최측이 회의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으면 모든 참석자들이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ASA 소속 연구자로 케플러 회의를 주관하는 앨런 보스는 이번 조치와 관련한 질문에 “(이번 일은) 과학이 아니라 불행하게도 정치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