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타격 회피…이란도 즉각 보복은 보류
by방성훈 기자
2024.10.27 16:32:42
이스라엘, 군사시설 타격 그쳐…이란에도 사전 통보
“재보복시 또 공격” 경고했지만 일단은 바이든 뜻대로
이란도 즉각보복 대신 안보리 소집…강경 발언도 자제
美대선 결과 대기…"당선자 따라 중동 안보 달라질 것"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이 약 한 달 만에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또 이란이 재보복할 경우 추가 공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국제법 위반일 뿐더러 적대행위에 대한 방어에는 한계가 없다며 보복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팽팽히 맞서면서 전면전 우려가 커지는 등 중동 정세가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치고 있지만, 양측 모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과격한 행동이나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외교 정책 기조도 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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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전투기 수 십대를 동원해 이란 내 S-300 방공포대 여러 곳과 탄도미사일 제조공장 등을 타격했다. 이 공격으로 이란 군인 4명이 사망했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이 살해된 것의 보복을 명분 삼아 지난 1일 미사일 200기를 발사한 뒤 25일만에 이뤄졌다. 당시 이스라엘은 보복을 예고하고 표적 및 공격 수위 등을 미국과 논의해 왔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몇 달 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두 차례 공격한 것에 대응한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이 지역을 더 큰 긴장 고조로 끌고 가려는 모든 자들은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즈볼라, 하마스를 포함한 친(親)이란 세력 모두가 타깃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아울러 “만약 이란 정권이 새로운 긴장 고조를 시작하는 실수를 저지른다면 우리는 대응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란에서 공중 작전의 더 넓은 자유를 확보했으며, 필요할 경우 미래에 타격할 수 있는 광범위한 목표물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했기 때문에 이란 대응에 따라 언제든 추가 공격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도 이란이 보복 대응할 경우 이스라엘을 방어·지원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당초 우려와 달리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타격은 없었다. 심지어 이스라엘은 공격하기 전에 네덜란드를 통해 이란에 표적을 미리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확전을 우려한 미국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스라엘이 그동안 미국의 의견을 무시하고 헤즈볼라, 하마스 등에 대한 공격을 강행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행보로, 다음 달 5일 치러지는 미 대선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이란을 추가 타격할 기회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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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대응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이란은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고, 휴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란 총참모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란의 방공시스템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인 피해가 있었을 뿐”이라며 “이란은 적절한 시기에 침략에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대응할 권리를 갖는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또한 “무고한 죽음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지속 가능한 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우리가 스스로 방어하려는 결의에는 한계가 없다. 영토 보전 침해에 맞서 단호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모든 대응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고만 했다. 그 역시 “긴장을 완화하고 이웃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이 인접국 영공을 이용해 공격을 감행한 것을 비난하는 한편, 직접적인 타격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청했다. 회의는 28일 열릴 예정이다.
외신들은 이란이 과거와 달리 ‘복수의 불길’, ‘피의 대가’와 같은 강경한 표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 것, 즉각적인 재보복을 보류한 것에 주목하며 미 대선을 염두에 둔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전면적인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짚었다. CNN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산발적인 미사일 난투가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