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우려에 ‘고육지책’ 마케팅 봇물

by하지나 기자
2022.03.20 15:06:13

공동구매 할인·계약금 안심보장제 등장
미분양 4개월 증가..초기 자금부담 덜어 계약률 제고
계약금 10%로 줄이고 계약금정액제 도입 단지 늘어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분양하면 무조건 완판됐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구의 경우 완판까지 6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분양 대행사)

분양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등 지방을 중심으로 아파트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계약률을 높이기 위한 파격적인 분양 마케팅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의 경우 분양가를 할인해주는 공동구매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최대 1억4900만원까지 분양가가 할인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입주 시 입주민들이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함께 구입해서 가격을 낮추는 공동구매를 분양 시장에도 적용한 것이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 MGM(members get members marketing)마케팅이라고 속칭 ‘벌떼 마케팅’이라고 한다”면서 “일반적으로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소개한 고객과 계약하고 수수료를 중개사무소에 지급하는데, 이번 프로모션은 기존 계약자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 투시도
분양 후 계약자들이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금 일체(옵션비용, 제세공과금 등 일부 제외)를 계약자들에게 돌려주는 ‘계약금 안심보장제’도 등장했다. 대구 달서구 본동에 분양 중인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의 경우 특약 해지 접수 기간 내에 해지 요청이 들어오면 위약금 없이 계약금 일체를 돌려주기로 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특히 대구의 경우 추가 물량 공급이 예정돼 있어 서둘러 분양을 마무리하거나 잔여세대를 최대한 빨리 소진하려는 움직임이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대구는 4년 연속 2만 가구 넘게 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올해도 39개 단지 2만8669가구가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 물량 역시 지난해 1만5904가구에 이어 올해 2만934가구, 내년에는 3만2530가구가 예정돼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1727가구로 전월대비 22.7%(4017가구)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최저점이었던 지난해 9월(1만3842가구)과 비교하면 57.0% 늘어난 수치다. 대부분의 미분양 물량은 지방에 집중됐다. 광역시 중에서는 대구가 3678가구로 가장 많았다. 도 단위에서는 경북이 5227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남(3124가구), 전남(2219가구), 강원(1566가구) 등 순이었다.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가 가장 큰 이유라는 지적이다. 집단대출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 분양가 9억원을 기준으로 온도차가 크다. 그러다보니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무이자 등 금융 혜택이 늘어나는 추세다. 통상 계약금은 분양가의 10~20%로 책정되는데 계약금 정액제는 계약금을 1000만원이나 2000만원 등 정해진 금액을 내는 것이다. 초기 자금 부담을 줄여 계약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중도금 무이자는 통상 분양가의 60%에 이르는 중도금 이자를 건설사 또는 시행 주체가 대신 부담해주는 혜택이다. 계약금만 마련하면 잔금 때까지 추가 비용이 들지 않고, 금리 인상 우려도 없다. 대우건설이 음성 기업복합도시에 공급한 ‘음성 푸르지오 더퍼스트’는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와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아예 중도금을 잔금 납부 시까지로 늦추는 곳도 있다. 경기 평택시 ‘평택고덕2차아이파크’ 오피스텔은 분양가의 50%인 중도금 납부를 입주 시까지 유예하고 있다. 분양가 9억원이 넘는 경우 사업주체가 알선해 중도금 대출을 일부를 지원하기도 한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의 경우 GS건설이 별도 보증을 통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1년 이상 미분양이 지속되거나 준공후 미분양인 악성미분양이 늘어나면 사태가 조금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과거 분양시장 침체기에는 시세대비 분양가가 밑돌면 사업주체가 보상해주는 분양가보장제나 살아보고 구매하는 애프터리빙제도도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