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원유 금수조치보다 더 아픈 에너지 기업들 철수 러시
by장영은 기자
2022.03.09 14:42:33
셸·BP·엑손모빌 등 석유 메이저 기업들 러시아서 철수
유전 개발 어려운 지역서 합작했으나 해외 기업들 빠져
“석유회사들 30년간 힘들인 투자 노력 빠르게 사라져”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철수가 러시아 에너지 업계에는 장기적으로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 석유산업의 어두운 미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엑손모빌,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셸 등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발을 빼면서 러시아 에너지 업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 회사들은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과 사업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현지 사업을 철수하고 있다.
BP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지분 약 20%를 모두 처분한다고 밝혔고, 엑손모빌은 사할린섬에서 25년간 진행해 온 원유와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셸은 러시아 에너지 구입을 중단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 러시아와 관련한 모든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토탈에너지스는 러시아에서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석유 산업계는 앞으로 몇년 동안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석유 회사들은 러시아의 어려운 정치적 환경 속에서 신중한 노력으로 30년간 사업을 육성시켜왔으나 최근 일련의 대러 제재로 이같은 노력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동안 외국 회사들이 맡아 온 어려운 개발 사업이 난관에 봉착할 전망이다. 그동안 러시아 에너지 업계에서는 개발이 어려운 곳은 서방 회사에 맡기고, 개발이 쉬운 곳은 러시아 회사가 하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통용됐다.
예를 들어 북극해 인근의 유전 개발은 국제 석유 메이저들 업체들이 함께 참여해 진행 중이다. 북극해는 극한의 시추 환경과 높은 생산비용 탓에 러시아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힘들어서다. 하지만 수백명의 서방 기술자와 관리자들이 떠나면 러시아가 첨단 부품 관리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에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업체들은 시베리아 등 이미 개발이 끝난 유전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 지역의 생산량은 최근 줄어들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서방의 석유 기업들이 빠진다고 해도 러시아 에너지 업계가 한동안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했다. 타티아나 미트로바 글로벌에너지연구센터 연구원은 “석유를 팔지 못하면 석유를 더 생산할 이유가 없다”면서 “서방 기업들이 참여하는 합작 벤처 등을 통해 생산되는 원유가 러시아 전체 생산량의 15%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