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철근 기자
2020.10.25 12:56:46
신경영 선포하면서 경영철착 ‘양’→‘질’로 전환
500억 상당 불태운 ‘애니콜 화형식’ 일화 유명
메모리 반도체·TV·스마트폰 등서 미·일 제치고 세계 1위 ‘기염’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품질에 관해 한 발자국도 양보를 하지 않았던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이같은 이 회장의 고집은 항상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빠른 추격자)에 머물렀던 한국 전자산업을 세계 1위로 등극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8월 발표한 ‘2019년 주요 상품·서비스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7개 품목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중 5개가 삼성전자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낸드플래시 △D램 △초박형 TV 등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 회장의 품질에 대한 집념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애니콜 화형식’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0년대 초반 피처폰으로 불리는 휴대전화 사업에 진출했다. 산악지형이 많은 국내 시장에 최적화했다는 콘셉트로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피처폰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노키아나 모토로라와 견주기는 역부족이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사업 초반기 제품 불량률이 10%가 훨씬 넘으면서 심각함을 느낀 이 회장은 임직원 2000여명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불량 휴대전화와 팩시밀리 등 15만대를 불태웠다. 불에 탄 제품 가격만 당시 500억원 상당이다.
후일 삼성전자의 무선사업을 총괄했던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무선사업부 이사)은 “내 혼까지 들어간 제품이 불타는 것을 보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면서도 “제품이 모두 타고 남은 재를 정리할 때 오히려 결연함이 생겼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불량률은 2%대까지 낮아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비록 피처폰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당시 제품 품질에 대한 회사의 집념이 후일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꺾고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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