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시민 1만여명, 反日 촛불 들다
by황현규 기자
2019.08.03 20:15:25
680여개 시민단체, 종로 옛 일본대사관서 촛불시위
"도저히 못 참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아베정권 규탄·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촉구
|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3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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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일본 정부가 수출 심사 우대 대상인 백색 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이후 국내 반일 운동이 격화하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시민 1만5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하는 대규모 반일 집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민들은 아베정권의 규탄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촉구했다.
체감온도가 32도에 육박했던 이날 저녁 민주노총·한국진보연대·한국 YMCA 등 전국 68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아베 규탄 시민행동’(시민행동)은 ‘역사 왜곡, 경제 침략, 평화 위협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이후 첫 대규모 집회다.
시민행동은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해 평화 체제를 위협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본은)자신들이 침략과 식민지배의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동아시아 평화체제의 시대적 추세에 역행하여 군사대국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자신들의 경제군사적 하위 파트너로 길들이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시민행동은 정부에 지소미아 파기를 요구했다.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카드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국민적 합의도 없이 박근혜 정권이 강행한 일본과의 군사정보 보호협정을 즉각 파기해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라고 주장했다.
지소미아는 한·일 군이 군사 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이다. 한일 양국은 2016년부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 등 대북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은 북·중 접경지역 등에서 수집한 북한 정보를 일본과 공유해 왔다. 유효기간이 1년으로 양국이 파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 연장되는데, 오는 24일이 통보 기한이다.
|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개최된 반일 촛불 문화제에는 커피·팥빙수 봉사자까지 등장해 시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황현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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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민 집회에는 80대 노인부터 주부까지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인천에 사는 김정심(44)씨는 “정치적으로 풀 문제는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 생각으로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중년을 포함해 청년들은 일본을 ‘이웃국가’라고 생각해왔는데, 지금의 일본의 태도를 보면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일본으로부터 희생당한 세대의 아픔을 우리가 풀어줘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일본산 화장품과 의류 등을 최근 국내산으로 교체했다.
몸을 가누기 힘든 노인도 집회에 참여했다. 박모(82)씨는 “강제 징용부터 역사 왜곡까지 일본의 야욕은 과거부터 있었다”며 “지금 일본의 태도를 보고 화를 참지 못해 결국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학생 이인선(20)씨는 “반일 촛불 집회에 처음 왔다”며 “반일 운동을 하는 국민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집회에 참여했다”고 했다. 이어 이씨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를 했던 때가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는 집회 참가자에게 팥빙수·커피 등을 나눠주는 시민도 등장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오영애(60)씨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지금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조금이나마 반일 운동에 도움이 되고자 3시간 넘는 서울로 올라왔다”고 밝혔다. 오씨는 팥빙수와 커피, 옥수수 수염차 2000인분을 준비했다.
시민행동은 오는 15일 광복절까지 주말마다 서울 도심에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