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수첩엔…

by김용운 기자
2011.11.24 12:35:22

하정웅 기증전 `순종 황제의 서북 순행과 영친왕 왕비의 일생`
내년 1월31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 영친왕 부부(사진=국립고궁박물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909년 1월27일 남대문역(현 서울역). 혹한의 추위를 뚫고 대한제국의 두 번째 황제인 순종은 기차에 올라탄다. 평양을 비롯해 신의주와 정주, 개성 등 한반도의 서북 지역을 순행하기 위해서다. 2월3일 궁으로 돌아온 순종은 백성들의 환영을 받는다.

그러나 이 서북 순행은 조선의 왕이 마지막으로 서북 지역을 둘러본 기록으로 남게 됐다. 이듬해 한일합방이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황제의 순행에 사진기사가 따라붙어 카메라에 담았다. 그 사진들이 한일합방 직전의 조선의 모습을 담은 안타까운 사료이자 뼈아픈 역사의 증거가 될지 순종은 몰랐을 것이다.

“일본의 교육은 모방·수입교육이다. 국민의 성장에 적합한 것이 아니라 서양 것을 그대로 흉내 낸 것이다.” 1927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은 아내 이방자 여사와 함께 유럽 여행길에 오른다.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거쳐 프랑스 등을 방문한다. 그의 여행길에는 늘 조그만 수첩이 함께 했다. 영친왕은 틈날 때마다 일본을 비롯한 유럽·미주의 정세 등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을 기록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식민지가 된 조선의 미래를 다짐하기도 한다. “농업을 구하자. 자작농의 유지, 자작농을 늘리는 일에 힘쓰자. 국방 필요상 힘들어도 국내에서 농업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울 세종로 국립고궁박물관이 재일교포 하정웅(72) 씨의 자료 기증을 기념하는 ‘하정웅 기증전-순종 황제의 서북 순행과 영친왕·왕비의 일생’을 열었다. 하 씨는 일본 오사카 출신의 재일교포 사업가이자 미술품 수집가다.

지난 1974년 봄 창덕궁 낙선재에서 미술품 바자회를 준비하던 영친왕비를 만난 것이 인연이 돼 친분을 유지하다 영친왕비 사후에 유품을 인수했다. 이후 유품 중 순종의 서북 순행 사진첩을 비롯해 영친왕의 수첩 및 영친왕비의 일기, 서신류 등 610점을 2008년 12월 주일본 한국대사관에 기증했다.

이를 국립고궁박물관이 인수해 영친왕비가 생전 창덕궁 낙선재에서 사용했던 가구와 생활소품, 자수병풍과 회화도구 등과 함께 특별전을 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