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얄미운 구글, 완전변태의 좋은 예

by양미영 기자
2011.08.17 10:42:42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휴대전화가 갓 나온 시절. 대학 초년병이었던 기자에게 모토로라폰은 일종의 동경의 대상으로 기억된다. 국내 휴대폰들이 보조금을 앞세워 싸게 보급될 당시 얄상스러운 모토로라 스타텍을 가지고 있으면 왠지 있어 보이는 다소 `얕은`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아무튼 심플한 디자인과 폴더를 열고 닫을 때의 소리가 매력이었다.

이런 모토로라의 인기는 어느 순간 국내외 휴대전화에 밀려 사그라졌고 결국 지난 15일엔 구글에 인수되는 비운을 맞았다. 구글 역시 애플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다소 위험한 도박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전세계 모바일 시장에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6월 이데일리의 세계전략포럼을 찾은 유명 기업 컨설턴트인 램 차란은 글로벌 리더들에게 십계명을 명심하라며 그 중 하나로 `길이 꺾어지는 지점을 포착할 것`을 조언했다. 이 지점을 계속 놓칠수록 결국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 기업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게임의 규칙이 수없이 바뀌는데 이를 포착하는 것이 생존의 관건이다.

그러나 실제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꺾이는 지점을 제때 찾아내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당시 차란은 모토로라가 두 번이나 길목을 놓치면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이처럼 잘나가던 기업들이 고전하는 비슷한 예는 생각보다 주변에 많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PC시대가 저물고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25년간 의지해왔던 윈도 매출이 최근 들어 급격히 줄고 있다.

반면 우위에 선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과 관련 운영시스켐(OS) 덕분에서 승승장구하는 상황이다. 구글도 검색엔진으로 부상해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꺽이는 지점을 포착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고 적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생물학에는 변태란 용어가 있다. 요즘엔 `정상이 아닌 상태`란 의미의 다소 거북한 어감이 커졌지만 곤충 같은 개체에 나타나는 현격한 구조 변화를 이르는 전문적인 말이다. 일부 곤충의 경우 여러 차례의 탈피 후 변태를 거쳐야만 비로소 성충이 되는데 번데기 시기를 거치면서 유충 시절의 기관과 조직이 완전히 없어지고 새로운 형태로 거듭나는 것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보면서 처음 떠오른 것이 이 단어였다.

검색엔진으로 일대 혁신을 일군 구글은 이번 역시 얄밉게도 기업전략에서 또 한 번 좋은 예를 보여준 셈이 됐다. 한국에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구글만 한, 애플만 한 기업들이 있다고 아직 자신할 단계는 아닌듯하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관련 업계는 닥치게 될 변화에 전전긍긍하며 부심하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구글처럼 될 수 있을까 곱씹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