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p 2020)SK 미래, `중국·기술·녹색`으로 만든다

by전설리 기자
2010.03.29 10:36:05

선(先)중국-후(後)세계..7월 중국 통합법인 SK차이나 출범
전략은 기술..세계서 통(通)할 `글로벌 프로덕트` 발굴
놓칠 수 없는 `그린오션`..녹색기술로 승부
[이데일리 창간10주년 특별기획]

[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우리가 중국에서 생존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해법을 찾지 못하면 10년, 20년 뒤에는 지금 우리가 자랑하는 1등 기업들이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최태원 SK 회장, 2월 `신입사원과 대화` 에서)

"올해 중국에 60%, 한국에 40% 머물겠다"(박영호 ㈜SK 사장, 1월 사내 게시판에서)
 
최근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 사장들의 공개 석상 발언에서 빠지지 않은 단어가 바로 `중국`이다. 그룹 차원의 중국사업 강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과 기술, 그리고 녹색`. SK가 미래를 위한 키워드로 삼고 있는 세 단어다.

처음 두 키워드를 풀어내면 무대를 세계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 나온다.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 그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 글로벌화를 가속화 하겠다는 전략, 연구개발(R&D) 강화를 통해 신기술을 육성, `글로벌 프로덕트(Global Product)`를 만들어 내겠다는 전략이 그것이다.

여기에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이끌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더해지면 SK 미래의 밑그림이 완성된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중국이 해마다 8%대로 성장한다면 이는 1년에 태국 규모 이상의 경제가 하나씩 생긴다는 뜻이다. 이렇게 30년이 지나면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힘은 상당히 커져 있을 것이고, 대한민국이 생존하려면 중국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국 경제의 성장성, 지리적 근접성 등 여러가지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유럽 등 다른 시장과 비교할 경우 같은 노력, 같을 리스크를 들였을 때 중국에서의 성공 대가가 더 크다"
 
`왜 중국인가(Why China)`라는 화두에 대한 최 회장의 답이다. 요약하면 중국이 투입 대비 생산성이 가장 큰 시장이라는 것. 중국에서의 성장 과실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해 보겠다는 노련한 승부수다.

SK(003600)는 중국 공략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오는 7월1일 중국에 진출한 13개 계열사, 90여개 현지법인의 중국내 투자와 사업전략 수립·실행 등을 총괄 관리하는 중국 통합법인 `SK차이나`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SK차이나는 앞으로 각 계열사의 자원과 역량을 결집하는 `리소스 풀링(Resource Pooling)`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베이징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처음 제안된 `리소스 풀링`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열사별로 각개전투를 벌이기 보다는 힘을 모아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SK 관계자는 "중국 조직 개편의 지향점은 `한국 SK 본사의 중국 지사`가 아니라 자기 완결적으로 중국 사업을 수행하는 `중국 SK 본사`를 만드는 것"이라며 "중국에 또 하나의 SK그룹이 만들어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중국 심양에서 운영중인 SK 주유소

 


SK의 집중 공략처가 중국이라면 공략 방법은 R&D를 통한 신기술이다.

이에 따라 `SK 기술혁신센터(TIC·Technology Innovation Center)`가 신설됐다. 물론 TIC의 헤드쿼터는 전략적 요충지인 중국에 있다.

TIC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 기반의 글로벌 프로덕트를 발굴하고, 그룹 차원의 R&D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남보다 뛰어난 기술이 있다면 해외 어느 시장에서라도 성공할 수 있다"며 "세계에서 통하는 기술이 없으면 중국 중심의 글로벌화도 성공할 수 없다"고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SK는 올해 투자하기로 한 8조원 가운데 1조4000억원을 R&D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R&D 투자액 1조2000억원보다 17% 확대된 규모.

SK는 특히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신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 인재와 기술 인재를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SK가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 가운데 핵심은 `녹색기술`이다.

다가올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 세계 최고 수준의 녹색기술로 `그린 오션(Green Ocean)`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SK는 최근 2015년까지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7대 중점 추진 과제를 확정했다. ▲무공해 석탄 에너지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 도시(u-Eco City)가 그것. 올해까지 이 분야에 총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계열사별로는 SK에너지(096770)가 녹색기술 개발의 선두에 서 있다.

우선 2011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개발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10월 독일 다임러 그룹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SK에너지는 향후 이 사업을 매출 수 조원대로 키워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그리고 있다. 최근에는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연구조직에서 사업부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올해 초 "새로 출범한 배터리 사업이 시장에서 보다 빨리 자리잡을 수 있도록 추진력을 제고할 것"이라며 "올해를 배터리 사업이 가시적인 열매를 맺는 중요한 한 해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대전시 유성구 원촌동의 SK에너지 기술원에서 한 연구원이 2차전지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왼쪽). SK에너지의 자동차용 배터리를 하이브리드카에 장착해 테스트하고 있다.

값싼 저급 석탄을 원료로 수송연료 및 전기, 화학제품 등을 생산하는 무공해 석탄 에너지 기술도 개발중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석탄은 석유에 비해 매장량이 세 배 이상 많고 저렴해 무공해 석탄 에너지 기술만 있으면 경제성 있는 새로운 대체 에너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이산화탄소 자원화` 기술도 확보했다.

기존의 연구가 주로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저장하는데 머물렀다면 이 기술은 촉매 기술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폴리머로 만드는 데까지 발전시킨 것이다.

SK에너지는 이 기술로 기존에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된 나프타의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탄소배출권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식용 해조류를 이용해 발열량이 높고 파이프라인 수송이 가능한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미 세계 최초로 촉매 기술을 활용해 높은 수율과 낮은 원가로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기초 기술을 개발한 상태다.

2010년까지 55조원대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는 태양전지 산업도 놓칠 수 없는 그린 오션.
 
SKC(011790)가 태양전지용 필름 소재 사업에 뛰어들어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오는 2012년까지 필름 매출 1900억원을 달성해 세계 시장 점유율 15%를 차지한다는 목표다. SK에너지도 박막 태양전지 원천 기술을 개발중이다.

SK텔레콤(017670)과 SKC&C, SK건설, SK에너지가 함께 참여하는 `첨단 그린 도시`도 SK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중인 사업이다.

SK텔레콤이 국내외에서 추진해온 u-City 사업에 친환경 녹색기술을 접목시킨 이 사업은 SK텔레콤, SK C&C의 정보통신 기술, SK건설의 친환경 건축 기술, SK에너지의 에너지 절감 및 폐수 처리 기술 등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조성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속적인 녹색성장은 단순히 환경 기준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기술을 바탕으로 할 때 가능하다"면서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환경기술 등을 패키지화해 보다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고 녹색성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