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p 2020)(금융 영토 확장)⑤`윈윈` 마법사 `수출금융`

by김유정 기자
2010.03.22 11:11:00

금융과 기업 `윈윈` 수출금융 또다른 영토확장
수출입銀 남미 자원개발 금융인프라 지원 활발
[이데일리 창간10주년 특별기획]

[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잉카 문명의 발상지`,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로 알려진 페루. 이 곳 서부해안 광구에서 끌어올린 천연가스는 수송하기 쉬운 액화천연가스(LNG)로 바뀌어 미국 서부와 멕시코 등에 수출된다. 이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깃발을 꽂았다.
 
SK에너지는 페루 LNG회사 지분을 20% 보유하고 생산설비와 파이프라인 건설 및 운영 등에 참여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대규모 금융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금융과 기업의 `윈윈` 사례인 수출금융지원은 국내 은행의 또다른 영토확장 영역이다. 특히 국내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 인프라인 셈이다.     
 
지난 2007년 13조6795억원이었던 수출입은행의 수출지원 자금집행 실적은 지난해 25조2505억원으로 늘어났다. 3년만에 두배로 급증한 것이다.
 


 

▲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해외 자원개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금융인프라를 조성해 기업들의 해외사업을 가능케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먹거리 찾기`는 끊임없이 계속됐다. SK에너지는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에서 처음으로 자원개발사업을 시작한 이래 브라질 원유개발, 예맨 LNG 생산, 페루 천연가스 개발 등 전 세계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최근 행보도 달라졌다. 단지 해외에서 가스를 사오는 역할에서 벗어나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 유전 개발 사업에 뛰어드는가 하면 캐나다 광구의 지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의 해외 진출 뒤에는 항상 수출입은행이 있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나아가 해외 기업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제공한 것이다.  
 
지난 2008년 시작된 페루 LNG 개발사업은 페루 정부가 남미 최대의 LNG 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한 페루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여기에 SK에너지가 사업주(지분율 20%)로 참여했고, 수출입은행은 총 38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비 중 일부를 프로젝트파이낸스(PF)방식으로 지원했다. 

SK에너지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사업주로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미국 헌트오일(Hunt Oil)를 비롯해 스페인 렙솔(Repsol) YPF,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Marubeni), SK에너지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또 수출입은행과 미국 수출입은행, 세계은행(World Bank) 산하 국제금융공사(IFC·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 미주개발은행(IDB) 등이 대출을 제공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이 중남미지역 자원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례는 이전까지 찾아보기 어려웠다. SK에너지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국제적 사업 수행력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양구정 수은 자원개발부 에너지금융팀 책임심사역은 "이번 페루 개발사업을 통해 한국의 가스 자주개발율을 높이는 효과도 컸다"며 "동시에 한국 기업들의 남미 자원개발사업 진출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페루 LNG 프로젝트 구조


 
▲ 끌어올린 천연가스를 액화상태로 만들어 인수기지로 운송한다. 이 모든 과정에 프로젝트파이낸스 방식의 금융이 도입된다.

`멕시코는 만자니요시(市) 가스 인수기지 건설을 통해 멕시코 서부지역의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으로 노후된 기지의 에너지 생산력과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다우존스뉴스)
 
태평양에 인접한 아름답고 한적한 항구도시에서 진행된 이번 사업은 런던에서 발행되는 권위있는 프로젝트파이낸스 전문잡지인 `프로젝트파이낸스인터내셔널`로부터 `2009 올해의 거래(Deal of the Year 2009)`로 선정되는 등 외신들의 주목을 받고있다.
 
한국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6억3000만달러 규모의 LNG터미널 구축을 담당하고 있고, 삼성물산과 한국가스공사는 투자자 및 운영자로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앞서 페루에서 실시되고 있는 LNG 개발 사업과 연관된 사업이다. 페루에서 체굴된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액화상태로 이송하고, 이 액화가스를 해상운송해 CFE로 보내는 대규모 사업이다. 

수은은 총 차입금의 70%인 4억900만달러를 PF 방식으로 지원해 국제적 금융패키지 구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페루 가스개발부터 멕시코 인수기지 건설까지 수은은 운송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금조달과정에 참여한 셈이다. 

김경린 수은 플랜트금융부 플랜트금융1팀 차장은 "멕시코 프로젝트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수은이 주도적으로 금융협상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또 "수은이 페루에 이어 멕시코 프로젝트까지 수출금융을 제공함으로써 중남미 시장 공략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출금융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평가다. 
 
우선 국내 기업들이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쌓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멕시코 인수기지 건설 프로젝트에서 단순한 지분투자를 벗어나 경영에도 참여한다. 이로써 글로벌 PF 사업역량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영에 함께 참여하는 일본 미쓰이물산의 노하우도 가까이서 보고 배우는 기회를 얻었다. 

한국가스공사는 그간 해외사업에 진출한 경험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서 다양한 글로벌 LNG 인수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의 글로벌 가스전 프로젝트 참여는 안정적 가스 공급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지난 2005년 가스공사의 예멘 LNG 탐사 프로젝트는 생산량의 3분의 1을 한국으로 들여오도록 계약을 체결한 대표적인 사례다.
 
김 차장은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사업과 관련해 수은에 금융지원 요청을 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해 나갈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아랍에미레이트(UAE) 원전 사업에도 수출입은행이 총 건설비용 186억달러 중 절반 가량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