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구인난 심각한데 월급은 안올랐다…왜?

by김정현 기자
2018.04.22 12:00:00

한은, 일본 임금상승 부진 원인 분석

자료=한국은행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일본 경제가 오랜 부진을 딛고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임금은 좀체 오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들이 일할 사람이 없어 허덕이는 상황에도 임금은 올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22일 ‘일본 임금상승 부진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일본 경제는 성장세가 이어지고 완전고용 수준까지 실업률이 하락했지만 임금상승은 부진하다”며 “이 원인을 인력구조 변화, 기업의 노동수요 여건 변화, 일본의 사회·제도적 요인 등 측면에서 분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먼저 최근 여성, 노인층을 중심으로 고용이 확대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저출산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자 여성이나 노년층의 취업이 늘었는데, 이들의 일자리가 비정규직에 집중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00~2017년중 여성 및 노년 임금근로자는 각각 464만명, 284만명 증가했는데, 이 중 438만명(94.4%), 240만명(84.5%)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1인당 노동시간이 감소한 것과 정년연장 등도 임금상승을 제약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최근 17년중 전체 취업자는 3.7% 증가했는데 1인당 노동시간은 2.2% 감소하면서 임금상승 압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기업이 정년연장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중장년층의 임금상승을 억제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업이 저임금·비정규직 위주로 고용을 늘린 것도 임금 부진에 한 몫 했다. 일본 기업들이 다시 경기가 식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정규직을 뽑기 주저했다는 뜻이다.

인적자본 축적이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자 노동생산성이 둔화했는데, 이가 다시 임금 부진으로 연결되고 있기도 하다. 일본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전(1995~2007년)에는 연평균 1.4%였지만, 최근(2011~2016년)에는 0.5%로 둔화된 상황이다.

또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제조업보다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직, 판매직을 중심으로 고용이 확대된 것도 임금상승을 제약했다.

일본경제 버블이 붕괴된 이후 양질의 일자리를 갖지 못 한 당시 사회초년생들이 중장년층에 진입한 것도 임금 부진 원인 중 하나다. 당시 고용여건은 매우 열악했는데, 중장년층이 되어서도 저임금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시온 한은 조사국 과장은 “저임금·비정규직 위주의 노동공급 구조는 일본경제 성장의 낙수효과를 제약하고 인적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같은 상황이 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