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기주 기자
2016.02.28 12:00: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무분별하게 설치된 전봇대나 가로등 때문에 교통사고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28일 ‘도로변 공작물 출동 교통사고 현황 및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최근 5년간(2010~2014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전봇대 등 공작물 충돌 교통사고의 건수 점유율은 전체 사고의 2.0%에 불과하지만, 사망자 점유율은 11.2%로 5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공작물 충돌사고 100건당 사망자수는 12.8명으로, 총사고건수 대비 사망자(2.3명)에 비해 5.6배 높았다. 공작물 충돌사고 100건당 사망사고 건수도 12.6건으로, 일본(4.7건)과 영국(2.8건)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사고가 발생한 공작물은 교통사고 예방에 기여하는 가드레일·중앙분리대 등 방호시설을 제외하고, 전봇대·가로등 같은 전력·조명시설이 비중(19%)이 가장 높았고, 교각·옹벽 구조물(18%)과 가로수·조경시설(13%)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소는 우리나라가 법률적 기준의 미비로 도로변에 공작물을 무분별하게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공작물 사고 피해가 심각한 이유는 도로변에 근접해 무분별하게 설치된 전복대 같은 구조물 때문”이라며 “현재 이에 대한 법률적 기준이 미비한 상태이고, 담당 공무원의 공작물 설치에 대한 안전대책 수립 지시 권한 및 업무 매뉴얼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도로변의 일정 구역은 ‘클리어 존(Clear zone)’으로 설정해 공작물 설치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지자체 교통안전 담당자는 우선 도로변 공작물이 운전자의 생명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도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한의 도로변 안전 지역이 확보돼야 하고, 이를 위해 공작물 설치 매뉴얼을 정비하는 등 제반 법제도 및 행정 절차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