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게임은 몸짱 청년)①`맷집이 좋아졌다`

by함정선 기자
2010.08.27 12:00:00

글로벌 대작 `스타2` 국내출시 파장 예상보다 적어
`경쟁력 높은 게임·충성도 높은 게이머` 방패
해외수출 증가 `역습`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이달 초 세계적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2(스타2)`가 국내 출시됐지만, 생각만큼 파장이 크지 않다. 전작인 `스타크래프트`가 국내 게임시장을 장악하다시 했던 과거와 다른 상황이다.
 
스타크래프트2 자체 문제보다 그만큼 국내 게임업체들의 경쟁력과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장르별 핵심 게임을 중심으로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확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나아가 해외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994년 온라인게임이라는 장르가 첫걸음을 뗀 이후 국산게임은 해외 유명 게임과 힘을 겨뤄도 끄떡없는 `몸짱 청년`으로 자라났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게임업체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게임업체들의 경쟁력을 살펴보고, 더 성숙한 산업이 되기 위해서 정책적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인지 알아본다.[편집자]

올해 상반기 국내 게임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올해 국내 게임업체들의 이렇다 할 화제작이 없는 상황에서 세계 게임시장이 주목하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 출시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1100만명 이상이 즐긴 것으로 추정되는 전작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또 다시 재현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동안 해외 유명 게임들도 국산 게임에 밀려 고배를 마셨지만, 스타2에 대해선 분위기가 달랐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2와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는 국내 업체들마저도 스타2 출시와 게이머들의 반응에 주목했다. 장르와 상관없이 게임인구가 스타2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다.


스타2의 초반 파장은 우려했던 것 보다 작았다. 스타2가 공개되자마자 국산 게임들을 제치고 게임순위 상위권에 바로 랭크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 8월 둘째주 국내 게임순위(출처=게임노트)

스타2는 출시 직후 사용자들의 관심을 받는 듯 보였으나 각 게임차트가 공개한 게임순위에서는 20위권 안에 들지 못하기도 했다.

PC 사양, 블리자드와 PC방간 갈등 등이 스타2 부진으로 손꼽혔지만 이같은 요소들이 스타2의 부진한 성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엔씨소프트(036570)의 `아이온`과 `리니지`, 네오위즈게임즈(095660)의 `피파온라인2`, CJ인터넷(037150)이 서비스하는 `서든어택`,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NHN(035420)의 `한게임 테트리스` 등 인기 게임들은 스타2 출시에도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며 서로 경쟁했다.

업계는 이미 국산 게임들이 각 장르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춰 스타2라는 대작에도 흔들림이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자신이 현재 즐기고 있는 게임을 뛰어넘는 신작이 나오지 않으면 게임을 쉽게 바꾸지 않는 사용자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미 국산 게임들은 세계적인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스타2는 출시 2주가 지나고 나서야 게임 순위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게임트릭스 기준으로는 지난 3일 12위에 올랐고, 게임노트 기준으로는 8월 중순 11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스타2 출시 이전처럼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국산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경험했고, 장르별 1위를 지키고 있는 전략게임들의 위상도 확인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스타2가 국내 게임순위에는 영향을 미쳐도 국내 게임업체들의 매출이나 수익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게임업체들 대부분이 40% 이상의 해외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여러 게임을 바탕으로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확보, 지속적인 매출과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이미 국내 주요 문화콘텐츠 산업이자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지난 2008년에는 약 10억9000만 달러(1조3000억원)의 수출을 기록했고, 국내 문화콘텐츠 수출 규모의 55%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2008년보다 35.8% 증가한 14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 수출액은 18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 온라인게임 수출 현황(출처=콘텐츠진흥원)

주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G)를 중심으로 아시아권에 진출했던 수출 패턴도 확대됐다. 1인칭슈팅게임부터 캐주얼게임,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아시아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 남미 등 전세계에 진출해있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으로 북미 시장을 개척하고 있으며, 넥슨은 올 상반기 유럽에서 `컴뱃암즈`로 160%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수출로 이미 탄탄한 기반을 갖춘 국내 게임업체들은 블리자드와 같은 글로벌 게임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장르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전까지 엔씨소프트는 MMORPG, 넥슨은 캐주얼게임, NHN은 웹보드게임, 네오위즈게임즈는 스포츠게임, CJ인터넷은 FPS 등으로 고정화돼 있었다. 이제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