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10.01.28 10:37:00
"기획사, 미성년자에 외국 뮤비 보여주며 기묘한 교태 주문"
18개 소녀그룹 멤버 중 미성년자가 34%… 공연 관객, 30대이상 29%
노출 의상에 골반 춤… 일본식 미소녀 열풍 한국서도 무차별 확산
[조선일보 제공] 올해 26세인 회사원 A씨는 연예인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생 시절 세 차례나 연예기획사에서 소위 '연습생' 생활을 했다. 여성 그룹 멤버가 되기 위해서다. 그런 그가 가장 거북하게 느꼈던 것은 성적(性的) 이미지 극대화를 원하는 기획사의 과도한 집착. "기획사에서는 7명 멤버 중 3명에게 '넌 무조건 남자들을 홀릴 수 있는 섹시 콘셉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그 3명이 당시 모두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황당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의 선정적인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면서 어린 아이들에게 기묘한 교태를 따라 하게 했어요. 봉춤 배우는 건 기본이었고요. 그게 그 친구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죠." A씨는 결국 연예인 꿈을 접고 대학을 마친 후 취직했다.
선정성을 앞세워 대중의 눈길을 잡으려는 여성 그룹들의 행태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멤버들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주변을 더욱 안쓰럽게 하고 있다. 사회에서 아직 독자적 판단을 하기에 부족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어린 아이들이 성적인 시각으로 소비되는 '상품'으로 조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이들 중 일부는 성적 매력을 앞세워 자신의 연예계 생활을 돌봐줄 사람, 즉 '스폰서'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2008년 말부터 중장년 남성들이 소녀 그룹의 적극적인 팬층을 형성하면서 선정성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마켓에 따르면, 작년 12월 열린 소녀시대의 콘서트에서 30대 이상의 티켓 구매율은 29%로 10대(35%)와 20대(36%) 못지않았다. 남녀 비율은 각각 70%와 30%였다. 최근 인터넷 만화가 윤서인씨가 소녀시대를 성적으로 희화화한 만화를 올려 논란 끝에 사과를 했던 사태는 국내 중장년 남성들 사이에 소녀 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씨는 당시 "소녀시대의 노래를 항상 듣는 것은 물론 리패키징 CD까지 싹 구입할 정도로 열혈 팬"이라며 "제가 부족하고 서툰 탓에 만화가 불쾌하게 보인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