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현대차그룹-현대건설 `앙금` 남았나?

by윤진섭 기자
2008.01.14 11:08:18

현대건설 당진 일관제철소 단 한건도 수주 못해
최선의 경영선택 VS 현대차-현대건설 앙금 남았나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현대건설(000720)이 현대차그룹이 건설중인 당진 일관제철소(고로)사업에서 단 한 건의 건설물량도 따내지 못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005380)그룹이 기술이전·가격 등을 고려한 경영 판단이란 해석이 있는가 하면 다른 일각에선 과거 현대차그룹-현대건설 사이의 앙금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최근 현대제철이 시공 중인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고로 설비를 총 1359억원에 수주했다. 이번 공사는 총 408만톤급으로 고로 1·2기를 건설하는 것이다.

SK건설은 고로 본체를 비롯해 노정설비, 주상설비, 열풍로설비, 원료수송 컨베이어, 가스청정 사이클론 등 고로 설비의 핵심 공정을 모두 따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롯데건설은 현대제철로부터 공사비 1284억원 규모의 코크스·화성 설비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이 공사는 충남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의 핵심공정인 코크스.화성설비 1·2기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밖에 고로 엔지니어링 및 핵심 설비 계약은 룩셈부르크 폴 워스사, 소결설비 계약은 삼성엔지니어링, 제강 주설비는 일본 JPCO사, 코크스 주설비는 독일 우데사가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에 현대건설 입장에선 아쉬움이 크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이는 국내 건설사 중 포스코건설과 함께 현대건설이 고로 관련 시공 노하우가 가장 풍부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70년대 포항종합제철공장 제1기 신설공사를 시작으로 포철 제2기 설비고로공장, 포철 제4기, 포철 제2제강 확장공사, 포철 제 1고로 개수공사 등을 수행한 바 있다. 또 80년부터 90년까지는 포철 5기 고로설비 신주물선 1차공사 및 제4기 신주물선 고로 건설공사 등 다수의 철강플랜트 건설수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현대자동차그룹이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을 발표할 때 재계에선 고로·코크스 공사 경험이 풍부한 현대건설이 일부 사업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특히 2000년 현대그룹 해체 이후 MK(정몽구)와 MH(정몽헌) 계열의 두 회사가 다시 손을 잡는 첫 사업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은 당진 제철소 공사를 하나도 수주하지 못하면서 기대감은 수포로 돌아갔다.
 


재계에선 "기업 경영의 초점이 수익 극대화, 기술 이전에 맞춰진 상황에서 무조건 '우리가 남이가' 식으로 사업을 밀어주는 것은 시대착오적 생각"이라며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계열사인 현대제철, 엠코 등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주를 다변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두 차례의 당진 관련 수주 공사에 현대건설이 입찰에 참여했다"라며 "그러나 가격 평가와 시공 경험 평가에서 타 건설사들이 나은 것으로 판단돼 시공사로 선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당진사업과 관련해 수주를 못하면서 해묵은 과거 감정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이야기가 있다"라며 "건설사인 엠코를 키우기 위해 현대건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