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상계엄 1년, 멈춰 있는 정치 시계

by하지나 기자
2025.12.02 06:05:00

국민 다수 일상 회복했지만
정치권 성찰 대신 책임 공방
협치 실종, 정치 양극화 심화
정쟁 장기화로 정치 피로도 가중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오는 12월 3일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년이 된다. 국가 비상사태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뒤 국민 대다수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정치권만은 여전히 그 순간에 멈춰 선 듯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이어 2차 종합특검 추진까지 꺼내 들며 ‘내란 청산’ 의지를 불태우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과 내란몰이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부딪히며 내부 분열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 모두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상대를 향한 공세만 되풀이하고 있다. 협치는 이미 오래 전에 자취를 감췄다.

국민의힘이 퇴장한 채 여당 단독으로 법안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이제 흔한 장면이 됐고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 역시 일상적인 정치 수단이 돼버렸다. 22대 국회에서 1년 반 동안 이뤄진 필리버스터만 7차례다. 지난 21대 국회 전체에서 단 2건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지금의 국회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여야가 단순 대립을 넘어서서 양측의 핵심 지지층에 끌려다니며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불법 비상계엄 선포 1년이 지난 지금, 정치권에서 필요한 것은 지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진지한 성찰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거나 서로의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해 보인다. 비대해진 대통령 권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개헌 논의마저 정쟁 속에 묻혀버렸다.

정쟁이 장기화되고 반목이 구조화되는 정치 환경이 지속된다면 국민의 정치 혐오와 피로감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에 대한 신뢰 역시 빠르게 무너질 것이다.

국민은 이제 미래로 나아가길 원한다. 그 앞길을 가로막고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 정치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