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때 생긴 '일본산 철강 고율 관세' 철폐키로

by고준혁 기자
2022.02.08 09:54:54

연간 125t에 적용되는 관세 철폐…그 이상 규모엔 부과
작년 10월 말 EU와 합의한 내용 그대로 적용돼
쿼터제 규제 받는 한국, 조치 풀기 위해 협상 중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이 일본산 철강에 대해 부과했던 높은 비율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유럽산 철강에 대한 고율 관세도 없애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조치들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4월부터 일본산 철강 제품 중 연간 125만톤(t)에 대해 적용되는 25%의 관세를 전면 철폐한다고 밝혔다. 다만 125만t을 넘는 물량에 대해선 25%의 관세가 적용된다. 일정한 쿼터 내에서 관세를 없애고 이를 넘어선 물량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할당관세(TRQ) 방식이 도입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일본산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되는 10% 관세는 철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밖에 일본은 시장 친화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6개월 내로 반덤핑 등 적절한 국내 조치를 이행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반덤핑은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다.

이날 지나 라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번 협정은 미국 철강 산업을 강화하고 노동력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값싼 철강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인 일본과의 주요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말 유럽연합(EU)에서 만든 철강에 부과하던 고율 관세도 철폐 후 TRQ 방식을 적용했다. 다만 미국은 EU와 철강에 대한 탄소 배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 위해 후속 협상을 하기로 했으나, 이번 일본과의 협상에선 이 내용이 들어가진 않았다. 대신 일본은 철강 제품의 탄소 강도 측정 방식을 두고 미국과 협상하기로 했다.

일련의 조치들은 과거 트럼프 전 행정부가 자국 내 산업 보호를 이유로 여러 수입국에 고율 관세를 매긴 조치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일본과 EU, 중국에서 만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EU는 이에 맞서 미국산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에 보복관세를 매겼다. 일본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편 트럼프 전 행정부는 과거 한국산 철강 수입에 대해서도 무역 장벽을 높인 바 있다. 한국은 고율의 관세 대신 쿼터제가 적용됐다.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만 수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이던 대미 철강 수출 규모는 최근 200만t대로 축소된 상태다. 이같은 쿼터제를 풀기 위해 산업통산부 등 정부는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