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풀렸지만, 미세먼지 가득 찬 주말…시민들 "야외 나들이보단 실내로"
by황현규 기자
2019.02.24 15:36:25
평년보다 3도 높은 날씨…초미세먼지 '나쁨'
한강공원·홍대 등 거리 한산
영화관·카페엔 시민 북적
| 24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구 여의나루역 인근 ‘한강 피크닉 용품점’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사진=김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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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미세먼지 때문에 나오는 사람이 없어서 장사도 잘 안돼요”
서울 낮 기온이 평년 기온보다 높아지며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가 됐지만, 추위가 물러난 자리를 미세먼지가 차지하면서 서울 곳곳은 텅빈 모습을 보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24일 서울 낮 12시 기온은 11도로 작년보다 3도가량 높았다. 하지만 주말 내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하면서 맑은 하늘을 보긴 어려웠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걷고 싶은 거리는 한산했다. 서울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중 하나인 ‘홍대 입구역’에도 서른명 남짓한 시민이 지나다닐 뿐이었다. 밖에 나온 시민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한국에 관광을 왔다는 이리에 카나코(22)씨 또한 마스크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이리에 씨는 “일본인들도 한국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며 “오후까지 길거리 구경을 할 생각인데, 그때를 대비해 마스크를 챙겨왔다.”고 말했다.
시내뿐만 아니라 날씨가 풀리면 나들이객이 가장 먼저 몰리는 곳 중 하나인 한강공원에서도 돗자리를 깔고 담소를 나누는 등의 익숙한 나들이 풍경을 보기 어려웠다. 유모차를 끌고 한강 공원을 찾은 강모(34)씨 또한 아이에게 유아용 마스크를 씌워주고 있었다. 강씨는 “아이가 나가자고 성화를 부려 마지 못해 나왔지만, 미세먼지가 걱정인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탓에 자영업자들도 울상이다. 서울 여의도구 여의나루역 인근에서 자전거를 대여업을 하는 A씨는 “날이 좋을 때는 줄서서 빌리는 자전거가 요즘에는 그에 반도 못 미친다”며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씨가 풀려도 미세먼지가 심하면, 시민들은 밖에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박모(55)씨는 “오후에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뉴스를 보고 오늘 하루도 ‘공쳤다’고 생각했다”며 “오전 10시 손님이 첫 손님이었다”고 했다.
| 24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는 20여명의 고객들로 가득차있다. (사진=황현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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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세먼지 때문인지 시민들은 시내 대형 쇼핑몰 등 실내로 모여들었다.
이날 11시 서울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카페에는 시민이 북졌였다. 카페에 들어온 50대 남성은 자리가 없어 빈 손으로 카페에 나서기도 했다.
아내와 놀러 나왔다는 이모(65)씨는 “오늘 친구 부부와 함게 등산에 갈 계획이었지만,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소식을 듣고 취소했다”며 “여가 계획을 시사 및 영화관람으로 바꿨다”고 했다.
같은 시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영화관에서 만난 최모(48)씨도 “주말에 집에 있기 아쉬워 영화관을 찾았다”면서도 “올 때도 마스크를 끼고 왔고, 웬만하면 실내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낮 2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는 40석의 좌석이 다 꽉차있었다. 딸 2명을 데리고 들어온 김모(33)씨 부부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옆 카페로 장소를 옮기기도 했다. 카페에 앉아 있던 윤모(29)씨는 실내 인데도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윤씨는 “답답한 마음에 동네 카페로 나들이를 나왔다”면서도 “미세먼지 때문에 멀리 갈 수 없어 가까운 장소로 골랐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돼 수도권, 강원 영서, 충청권, 광주, 전북 등 전국 대부분 권역에서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영남권과 제주는 ’보통‘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맑고 포근한 날씨는 오늘도 이어질 예정이다. 기상청은 “서해상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맑겠다”며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기온 분포를 보이겠다”고 예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