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만 하역 시작하는데..한진 자금지원 계획은 담보에 발목(종합)

by성문재 기자
2016.09.10 15:20:49

[이데일리 성문재 박종오 기자] 추석을 앞두고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법원이 한진해운(117930)의 압류 금지 신청을 승인하면서 당장 10일 자정(현지시간)부터 미국 항구에서 대기 중인 한진해운 선박의 화물 하역 작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만 한진그룹이 1000억원을 자체 조달해 한진해운을 긴급 지원하기로 한 계획은 생각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여 물류대란을 해소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10일 서울청사에서 한진해운 관련 4차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현지시간으로 9일 오전 미국 뉴저지주 연방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의 압류 금지 조치를 승인해 당분간 가압류 부담에서 벗어나 입항 및 하역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31일부터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 항만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1만TEU급(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한진 그리스호’의 하역 작업이 10일부터 시작된다. ‘한진 보스턴호’ 등 나머지 선박도 롱비치 터미널에 입항해 하역을 재개할 예정이다.

정부는 한진해운을 통해 다음주 초 독일, 스페인 등에도 압류 금지를 신청할 계획이다. 현재는 일본과 영국, 미국·싱가포르(잠정)에서 이 조치가 발효한 상태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사태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이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조금씩 잡혀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하역을 마친 20척과 국내 항만으로 복귀를 유도할 36척을 제외하면 앞으로 화물 하역 정상화를 위해 집중 관리할 선박은 41척이다. 정부는 11일부터 선적 화물정보시스템을 정상 가동하고, 억류된 배에 타고 있는 선원의 안전과 건강 등도 현지대응팀을 중심으로 상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화물 운송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주 유럽 노선 9척 등 대체선박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대체선박은 현재 베트남 1척, 마닐라 1척, 미주노선 4척 등이 투입됐다. 앞으로 유럽 외에 동남아노선에도 9척이 추가 투입된다.

최 차관은 “화물 하역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한진해운 대주주가 하역 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정부도 한진해운·한진그룹·채권단 등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자료: 정부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자금지원안은 이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확정했다. 대한항공(003490) 이사진의 배임 등 법적문제 소지를 감안해 해외 터미널 담보를 먼저 취득한 뒤 600억원을 대여하는 조건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진해운 600억원 지원과 관련 배임으로 인한 법적 문제 및 채권회수 가능성 등에 대해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세차례에 걸쳐 심도있는 논의를 거친 끝에 LA 롱비치터미널의 담보를 선취득한 뒤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대여하는 조건으로 의결됐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은 당초 자금 지원의 시급성을 감안해 선집행 후 담보를 취득하는 방식의 안건을 상정했지만 대한항공 사외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담보를 먼저 취득하기로 한 것이다.

담보의 핵심이 되는 LA 롱비치터미널은 한진해운과 스위스 선사 MSC가 각각 지분 54%, 46%를 갖고 있다. 게다가 6개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도 이미 담보 대출을 받고 있는 상태라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만 담보로 사용할 수 있다. 사실상 담보 취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며 전체 동의를 구하더라도 담보를 취득하고 실제 자금 집행이 이뤄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600억원의 집행을 위한 담보 취득 작업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