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중국 공략 전초기지, 삼익악기 인도네시아 공장을 가다

by유근일 기자
2016.05.29 12:36:22

단일 공장 기준 인니 최대 규모 공장
연 3만대 업라이트 피아노 생산... 증설 통해 그랜드 피아노 5000대 추가 생산 기대
중국 악기 시장 공략 가속화
내후년 프리미엄 기타 자체 생산도 추진

올해 초 증축을 마친 삼익악기 인도네시아 피아노 도장공장 전경
[질릉시(인도네시아)=글·사진 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남동쪽으로 30㎞ 떨어진 질릉시(Cileungsi)에 위치한 삼익악기(002450) 공장. 지난 27일 43만㎡(약 13만평)의 넓은 부지에 들어선 12개의 공장에서 마주한 30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손은 바삐 움직였다.

피아노의 형태를 만들기 위한 목재 가공과 도장, 피아노의 음색을 책임지는 230개의 피아노 현의 조립 및 조율·조정 등의 단계까지 수십개에 달하는 제조 공정이 쉴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 1992년 설립된 인도네시아 공장은 2008년말 중국의 생산시설이 이곳으로 이전한 후 삼익악기의 중국 진출 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삼익악기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직원들이 피아노 강선에 동(銅)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동선은 피아노의 저음 음색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다.
이 곳에서 매달 생산하는 피아노는 약 2500대. 이중 70~80%는 중국으로 수출한다. 하루 평균 약 70대의 피아노가 중국으로 팔려 나가고 있는 셈이다.

규모도 단일 공장 단위로는 인도네시아 최대 수준이다. 인근에 위치한 야마하 피아노 공장 부지의 10배 이상 규모다. 이 공장에서는 매년 업라이트피아노(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소형피아노) 3만대, 그랜드 피아노 5000대, 기타 3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5년전 증축을 마친 기타 공장도 바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인도네시아 기타 공장에서는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세계 유명 기타 업체인 ‘깁슨’과 ‘펜더’의 전자기타와 자체 통기타를 생산하고 있다. 깁슨의 기타 브랜드 에피폰(Epiphone)과 팬더의 브랜드 그레치(Gretsch) 등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다.



저렴한 인건비로 숙련된 기술을 가진 현지 직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은 인도네시아 공장의 강점이다.

피아노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17명의 숙련된 조율사들은 인도네시아 공장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조율사들은 대부분은 이 곳에서만 10년을 근무한 베테랑들이다. 이 밖에도 피아노의 음색과 음량을 만들어 내는 해머 펠트를 손질하는 정음(Voicing) 공정, 피아노의 현을 제자리에 거는 현걸기 등 한 공정에만 10여년을 몸담은 직원들이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하동현 삼익악기 인도네시아 법인 상무는 “2012년부터 공장 증설을 시작해 올해 초에는 피아노 도장 공장까지 증설까지 마쳤다”며 “2017년 그랜드피아노 공장 증설을 완료하면 그랜드피아노 연간생산능력이 5000대 추가로 늘어나고 유휴부지를 활용해 고급 기타 생산시설도 추가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익악기가 대대적으로 인도네시아 공장 증축을 추진하는 것은 중국 악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삼익악기의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532억원으로 2012년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이강록 삼익악기 부사장은 “현재 5위 수준인 삼익악기가 중국 현지 업체와의 경쟁을 이기고 중국 피아노 시장에서 3위에 등극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익악기 인도네시아 직원이 피아노 건반 부품 조립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