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값 폭락…배후엔 中헤지펀드
by장순원 기자
2015.01.16 09:36:22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구리가격이 급락한 배경에는 중국 헤지펀드가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3개월물) 가격은 5.2% 떨어진 톤(t)당 5548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하루 낙폭으로는 3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구리 값이 급락한 것은 세계경기둔화 우려다. 특히 이날 세계은행(WB)이 글로벌 성장률을 하향한 게 촉매가 됐다. 그렇지만 경기둔화 우려가 새삼스러운 악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요인 하나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많다. 그런 점에서 세계 금속시장에서 큰 손으로 부상한 중국계 헤지펀드가 구리 값 하락을 주도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 펀드가 선물을 공격적으로 매도하면서 런던 LME부터 상하이시장까지 연쇄적으로 구리 값이 곤두박질쳤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금속시장에서 영향력을 급속하게 키우고 있는 상하이 카오스인베스트먼트를 지목했다.
신문은 이들이 지난 14일 어느 정도 매도주문을 냈는지는 아직 베일에 쌓여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타이밍 하나는 기막혔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다른 금속 값도 떨어질 수 있다는 초조함이 시장을 압도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선물시장의 한 트레이더는 “미국 트레이더가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한다면, 중국 헤지펀드는 규모와 속도, 광기가 미국 투자자의 세배쯤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실 상하이카오스는 원자재시장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의 하나다. 다른 펀드와 연합작전을 펴면 영향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헤지펀드는 초단타매매(high-frequency)를 통해 시장에 단기적인 영향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당시 구리 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중국 영향이 컸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세계최대 구리 소비처다. 중국 시장의 움직임에 세계 금속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리고 장난을 칠 수 있다는 뜻이다.
에드워드 마이어 INTL FCStone 선물 브로커는 “중국계 펀드는 엄청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큰 손으로 군림하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