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남북관계 극적반전..朴대통령 '원칙' 통했나

by피용익 기자
2014.10.04 21:21:59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남북이 4일 대화 재개에 공식 합의함에 따라 최근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가 극적 반전의 계기를 찾게 됐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끌려다니지 않고 핵 포기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원칙’이 결국 통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이날 인천을 방문한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등 북측 대표단은 정부가 제안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수용하고 10월 말~11월 초 회의를 개최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남북 대화 국면이 다시 조성된 것은 지난 2월 1차 고위급 접촉 이후 8개월 만이다.

그동안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북한 인권 문제 제기 등에 반발하면서 대화 거부 입장을 피력해 왔다. 특히 북한은 박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을 문제삼으며 이틀 전까지만 해도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을 ‘미친개’ ‘정신병자’ ‘특등 대결광’이라고 맹비난해 왔다.

따라서 북한이 이날 2차 고위급 대화에 합의한 것은 예상 밖의 극적 반전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일에 맞춰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등 최고위급 인사를 3명이나 보낸 것은 국면 전환을 위한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고립과 남북관계 경색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특단의 카드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북한 대표단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극적인 반전을 이룰 경우 원칙과 신뢰를 앞세운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앞으로 남북 대화가 이어지기 위해선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북한이 당장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작은 데다 북한이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전단 살포 및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의 기존 요구를 거듭하며 논의가 공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와 교류 확대를 통한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핵문제 해결 등을 의제로 제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호응 여부는 미지수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4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앞서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