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개미들 노후에 투자한다?

by조선일보 기자
2009.01.15 11:05:00

돈 몰리는 연금펀드, 성적 어땠나
퇴직연금펀드 두 배 성장 수익률은 유형에 따라 갈려
채권형펀드, 대체로 양호 높은 소득공제 혜택이 장점

[조선일보 제공]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설정액 기준으로 지난해 국내 펀드시장 규모는 21.4% 성장했다. 지난 2007년 펀드 설정규모가 전년보다 26.9% 늘어난 데 비해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이에 비해 직장에서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 펀드 규모는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3131억원에서 6654억원으로 112.5% 증가했다. 비록 전체 연금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최근 연금펀드의 성적은 어땠을까.


연금펀드도 일반 펀드와 똑같은 방식으로 운용된다. 다만 연금펀드는 안정적인 노후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주식형보다는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같이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유형의 펀드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입이 가능한 개인연금펀드에 비해 직장에서 가입해야 하는 퇴직연금펀드는 전체적으로 주식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40% 이하로 유지하도록 되어 있어 좀 더 보수적으로 운용된다.


우선 개인연금펀드의 최근 성적부터 알아보자.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개인연금펀드 중 순자산 1000억원 이상으로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2030연금주식'과 하나UBS자산운용의 '하나UBS인베스트연금주식S-1'의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32.75%, -36.08%를 기록했다. 둘 다 주식형펀드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이들 펀드의 수익률도 급락한 것이다. 주식형 개인연금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대체로 -27~-36% 수준이었다. 다음으로 주식편입비중이 41~70% 수준인 주식혼합형 개인연금펀드의 1년 수익률은 -11~-22%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채권형 개인연금펀드는 최근 1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개인연금채권1'은 최근 1년 수익률이 10.83%로 가장 높았고, 대체로 6~10%대의 수익을 거뒀다.

퇴직연금펀드의 경우도 유형별 수익률은 개인연금펀드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다만 위험자산 편입 비중이 제한돼 있는 퇴직연금펀드의 경우, 전체 펀드 유형의 85% 정도가 주식편입 비중을 40% 이하로 제한하는 채권혼합형펀드라는 점이 특징이다.



채권혼합형 퇴직연금펀드 중 하나UBS자산운용의 '하나UBS라이프플랜퇴직연금채권혼합자1'의 최근 1년 수익률이 2.2%로 가장 좋았다. 하지만 대부분 최근 1년간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고, 가장 수익이 나빴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신한탑스실버퇴직연금혼합자'는 -11.59%를 나타냈다.



연금펀드는 펀드 중에서 소득공제 효율이 가장 높다. 즉, 똑같은 금액의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불입하는 돈이 가장 적게 든다는 얘기다.

현재 소득공제가 가능한 펀드로는 연금펀드 외에도 장기주택마련펀드(장마펀드), 장기(3년)적립식 주식형펀드 등이 있다. 장기적립식 주식형펀드의 경우 연간 최대 24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고, 장마펀드와 연금저축펀드는 300만원까지 가능하다. 장마펀드와 연금펀드 모두 연간 3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지만 장마펀드의 경우 최소한 750만원을 넣어야 300만원 소득공제가 가능한 데 비해, 연금펀드는 300만원만 넣어도 전액이 소득공제된다. 직장에서 퇴직연금펀드에 가입했더라도 추가로 개인연금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소득공제 측면에서 보자면 실익은 없다. 양쪽을 합산해 최대 300만원까지만 소득공제가 되기 때문이다.

연금펀드의 또 다른 혜택으로는 돈을 찾을 때 펀드에 일반적으로 부과되는 22%의 소득세율 대신 5.5%의 저율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여기에는 제한이 따른다. 최소 10년 이상에 걸쳐 돈을 불입하고 만 55세가 넘어 적어도 5년 이상에 걸쳐 돈을 나누어 받아야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펀드명 앞에 '연금'이란 꼬리표가 따라붙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