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가 고개를 들면 사방이 눈부신 바다

by조선일보 기자
2008.02.21 11:18:00

풍경이 있는 도서관

[조선일보 제공]
그 도서관엔 여느 곳과 다른 무엇이 두 가지 더 있다. 책갈피엔 햇살이 가득하고, 창 밖엔 바다가 넘실댄다. 부산 영도구 동삼2동 태종대 안 영도 등대 해양도서관이다.

태종대 정문을 지나 4.3㎞의 순환도로를 터벅터벅 걷다 보면 중간쯤 되는 곳에 하얀 색깔의 등대를 만난다. 이 등대 안 지하 1층에 해양도서관이 있다. 크기가 너무 작다. 아마 국내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일지도 모른다. 도서관 안에 있는 비품이라 해야 둥근 기둥을 따라 놓인 서가, 식탁을 닮은 탁자 1개, 의자 6개가 전부다.

그러나 '해양도서관'은 눈이 부신다. 도서관으로 내려서는 순간 눈 앞은 하얘졌다가 파래진다. 먼저 3면의 통유리 벽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을 부시게 하고 이어 창 밖의 바다가 눈을 푸른 색 안에서 떠 다니게 한다. 빛과 바다 속의 유리 잠수함. 머리가 맑아진다.

▲ 부산 영도 등대 해양도서관 / 김용우 기자

지난 17일 경기도 포천에서 부산에 여행 왔다가 이곳을 찾은 고윤경(여·21)씨는 "너무 너무 환상적인 도서관"이라고 말했다. 이 도서관 의자에 앉으면 동쪽으로 해운대, 서쪽으로 오륙도, 남쪽으로 대마도 쪽의 바다가 보인다. 겨울엔 따뜻한 난방이, 여름엔 시원한 냉방이 된다.



그렇다고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 유리벽 바깥 데크로 많은 관광객들이 왔다 갔다 하는 점은 부담이다. 또 너무 멋진 풍광이 책에 집중하기를 방해할지도 모른다. 이 등대를 관리하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영도등대 항로표지관리소 이종학(49) 소장은 "평일엔 뜸하지만 주말엔 하루 100여명이 해양도서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월요일은 휴관인 영도 등대엔 해양도서관 말고도 볼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SEE & SEA 갤러리'부터 공룡 화석 등 40여 점의 전시물을 선보이고 있는 자연사 전시실, 등대의 하이라이트인 불 비추는 등탑 전망대, 카페 등이 있다. 갤러리에선 29일까지 '김성욱·전성숙 색²전'이 열리고 있다.

구불구불 태종대 순환로와 그 순환로 곳곳의 전망대·태종사 등 명소들이 있다. 태종대에서 20~30분 정도 떨어진 용두산공원, 자갈치시장 등도 가볼 만하다. 태종대를 가려면 부산역 맞은 편에서 88번, 101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