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정규노조 "비정규직 파업풀라"..노노대립

by지영한 기자
2007.08.27 11:47:21

정규직 금기시하던 ''도장공장'' 점거에 정규직 반발.
정규직 노조, 비정규직 노조에 "도장공장 점거풀라" 요청
비정규직, 정규노조 요구 묵살..5일째 파업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기아차 주력공장인 화성공장이 금속노조 비정규직 지회의 점거 농성으로 5일째 가동이 중단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가 비정규직 노조의 점거농성을 풀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특히 정규직 노조마저 금기시하고 있는 '도장공장' 점거 농성에 정규직 내부에서 격앙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000270)의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의 김상구 지부장은 비정규직 노조가 점거농성중인 화성 도장공장을 찾아, 김수억 비정규직 지회장에게 점거농성을 풀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김상구 지부장은 김수억 지회장에게 "비정규직지회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기아노동자 3만4000명의 생존의 문제인 만큼 화성공장 도장공장의 점거를 풀어달라"며 "만약 농성을 풀기가 어렵다면 농성장을 도장공장이 아닌 곳으로 옮겨 줄 것"을 요청했다. 정상 가동에 협조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지회는 정규직 노조의 이 같은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특히 비정규직 지회는 농성장을 방문한 김상구 지부장의 발언요청도 거부함으로써 마치 정규직 노조를 적(敵)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정규직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지회가 '도장공장'을 점거한 것에 큰 우려와 함께 '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장공장은 '인화성 물질'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기아차의 정규직 노조는 지난 수십년간 '도장공장'의 점거 만큼은 금기시해 왔다.



이 처럼 정규직 노조의 금기마저 깨고 비정규직 지회가 도장공장 점거농성을 강행하자, 정규직 노조원들 사이에선 격앙된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도장공장은 약간의 이 물질이 들어가더라도 차량의 외형 품질에 중대한 타격을 미친다. 이로 인해 도장공장의 점거농성이 풀리지 않는 한 화성공장의 가동은 중단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점거농성에 따른 조업중단으로 기아차 사측은 물론이고 정규직 노조원들이 물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규직 노조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아차지부는 점거농성에 공감은 한다면서도 비정규직 지회가 도장공장의 농성을 즉각 풀 것과 비정규직 지도부에 대해 유연한 전술적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기아차는 한미FTA 반대파업과 임금협상 파업 등 우여곡절 끝에 정규직 노조의 임금협상이 마무리됐지만, 비정규직 지회의 점거농성이라는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아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위험'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며 "기아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파업사태는 그 원인을 따지기에 앞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