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5.06.15 11:52:08
[edaily 하정민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 집행과 관련해 유로화 출범 이후 최대 딜레마에 빠졌다. 급격히 둔화되는 유럽 경제를 보면 금리인하를 서둘러야 할 형편이지만 물가 부담이 여전하고 국가별 성장속도도 크게 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금리인하 딜레마에 빠진 ECB가 내부적으로도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를 포함한 일부 ECB 관계자들은 금리인하를 시사하고 있으나 다른 한 편에서는 이와 전혀 다른 발언을 내놓는 관계자들이 속출하는 엇박자가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CB의 수장 트리셰 총재는 지난 2일 열린 6월 정례회의 이후 "금리인하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노선을 포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금리인하가 이미 ECB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많다.
EC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오트마 이싱도 동조했다. 이싱은 최근 독일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경제 성장속도가 느려져 물가 상승 위험이 줄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 파이터였던 이싱의 이같은 발언이 ECB가 곧 금리를 내릴 것임을 시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ECB 핵심부의 이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유럽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니콜라스 가르가나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승하고 있다"며 "인플레 위험 증가 분석은 올해 초부터 나왔으며 현재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누트 벨링크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도 "금리인하에 대해 논의할 이유가 없다"며 "금리인하 논의는 유럽 경제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FT는 ECB 관계자들과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 간의 입장 차이는 ECB가 얼마만큼 큰 딜레마에 빠져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경제적으로 금리인하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유가와 이미 과도하게 풀려 있는 유동성 등을 감안할 때 물가 리스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7일 열리는 7월 정례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진통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ECB는 2003년 6월 이후 금리를 꾸준히 2.0%으로 동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일 정례회의에서 유럽연합 소속 12개 국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하며 유럽 경기부진이 심화되고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