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전선형 기자
2020.06.14 13:48:59
IBK기업은행, 국내 최초 음성 본인 확인 서비스 도입
녹음본 및 미묘한 어투 차이 골라내, 쌍둥이 목소리도 구별
시각장애인·고령층 유선상으로 간단한 은행 업무 가능해져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전화만 하면 목소리만으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본다니 반신반의했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내놓은 ‘음성본인확인(Voice ID)서비스’ 얘기다. 콜센터에 전화하면 별도의 본인확인 절차 없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시스템이 자동으로 알아챈다는 것이다. 대체 내 목소리를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걸까.
기업은행의 음성본인확인서비스는 100가지 이상의 목소리 특징을 모아 전화 건 사람이 누구인지 식별한다고 했다. 기존의 금융권에도 목소리 본인인증 기술이 있지만, 그건 특정한 문장을 비밀번호처럼 설정하는 하는 방식이라면, 기업은행은 그냥 목소리 자체가 비밀번호여서 아무 말이나 하면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린다고 한다.
그래도 기계는 역시 기계다. 최첨단 시스템이지만, 내 목소리의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한번은 직접 지점에 방문해야 한다고 기업은행은 설명이다. 강신우 기업은행 고객상담기획팀 대리는 “고객의 목소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없기 때문에 유선이나 모바일로 최초 인증은 어렵다”며 “만약 본인이 아닌 다른사람이 속이고 목소리를 등록하게 되면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창구를 가봤다. 다양한 개인정보 동의서 체크를 요구했다. 아무래도 생체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인지 개인정보 제공, 보안 등의 절차가 까다로웠다. 모든 체크 작업이 끝나면 창구 직원이 유선전화를 통해 콜센터에 전화를 건다. ‘고객이 서비스 가입을 원한다’고 전달하면 콜센터가 고객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다. 삼자간 전화통화를 통해 본인확인이 되면 본격적인 가입절차가 진행된다.
콜센터 상담원은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대답을 되도록 길게 해달라고 했다. 질문은 대부분 일상적인 내용이다. “날씨가 어떤 것 같나요”,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어떤 과일을 좋아하시나요” 같은 것들이다. 45초 분량의 가입자 음성 채집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처음 통화하고 상담원과 5초 이상의 대답을 잇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콜센터 상담원도 아직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지 가입완료 까지 약 5분 정도 걸렸다.
가입이 끝나고 콜센터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에게 전화를 거는 동안 상담원의 모니터에는 목소리 데이터가 쌓이는 그래프가 보인다고 한다. 15초의 시간이 흐르면 상담원의 모니터에 ‘목소리 일치’라는 문구와 함께 초록색 창이 뜬다. 기자는 그저 일상적인 상담 문의를 하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증에 성공한 것이다.
지인에게 기자의 같은 휴대폰으로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보라고 시켜봤다. ‘정말 내 목소리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을까.’ 15초가 지나자 ‘목소리 불일치’ 문구와 붉은색 창이 떴다고 한다. 본인인증에 실패하면 상담진행이 종료된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음성본인확인서비스는 일란성 쌍둥이나 형제자매의 음성도 구분해 내고, 녹음을 통해 수집한 목소리도 구분해 낸다고 한다. 사실상 사칭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기술은 불완전하다. 목소리가 쉬었거나, 주변 소음이 심할 경우에는 노란색 창이 뜨는데 이때는 한번 더 인증을 시도해야 한다.
기업은행은 음성본인확인서비스가 도입되면 본인확인을 위한 비밀번호 입력 등 절차가 생략돼 통화당 평균 11초 이상을 단축 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지 않은 숫자지만 모이면 효과는 엄청나다. 기업은행 콜센터는 하루 평균 3만콜의 전화를 받는다. 한 통화당 보통 3분 정도 통화가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11초만 단축해도 하루에 1800콜 이상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게 기업은행의 계산이다.
조주연 객상담기획팀 팀장은 “시각장애인과 고령층이 특히 간편하게 은행업무를 상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금융 소외 계층에 대한 서비스 및 대고객 상담 서비스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