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입법보고서]“법원의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판단, 최선일까”

by조용석 기자
2019.03.30 11:59:19

입법조사처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도 논의 배경·쟁점’ 보고서
정치권 “법원이 강제입원 판단” 법안 발의…현행 가족·의사 결정
“적법절차 시비 줄어들 것”vs“法, 전문가의견 지나치게 영향 예상”

지난 1월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영결식 모습(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지난해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조울증 환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한 뒤 정치권에서는 현 강제입원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강제입원 판단을 법원에 맡겨보자는 정치권의 제안은 적절할까.

지난 29일 국회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소속 이만우 보건복지여성팀장이 발간한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도 도입 논의의 배경과 쟁점 및 과제’라는 보고서(이슈와 논점) 따르면 다수의 국가는 법원 또는 준사법기관에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결정을 맡기고 있다.

현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43조에 따르면 한국은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 시키기 위해서는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이 신청하고, 2명 이상 정신과 전문의가 이에 동의해야 한다. 전문의 2인 중 한명은 국공립 의료기관 소속이어야 하며, 서로 다른 의료기관 소속이어야 한다.

임 교수 사망 후인 지난 1월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은 강제입원 판단의 주체를 가족과 의사가 아닌 법원(가정법원)의 심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강제입원 책임을 보호의무자·의사가 아닌 국가(법원)가 지도록 해, 환자 인권 보호 및 가족부담 경감, 의료인 안전을 강화해보자는 취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을 강제입원 판단주체로 정한 국가는 미국 대부분 주와 독일, 프랑스 등이다. 미국과 독일이 법원심사 모델을 결정한 이유는 헌법적 요구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강제입원도 인신구금에 해당하므로 법원개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우리 법체계에서도 사법적 심사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101조1항에 따라 법원심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 전문가로 구성된 준사법기관(MHRT·Mental Health Review Tribunal)이 강제입원 판단을 선택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이 이 같은 방식을 택한다면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유사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에 의한 강제입원 판단은 장단점이 존재한다. 입원판단의 객관성·공정성이 제도화돼 현재 적법절차 위반 논란이 줄고, 법원 재판의 형식을 따르기에 최종판단(종국성)이라는 성격도 뚜렷해진다.

반면 의료전문가가 아닌 판사가 전문가 의견에 지나치게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연 4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입원적합성심사를 3000여명 수준인 법관이 처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심사에 필요한 비용이 높아지면서 법조계의 소득만 올려줄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사법적 입원심사제도와 관련된 제도의 요건, 운용방식 만큼 중요한 것은 제도의 실제적 효과문제”라며 “단순히 강제입원율 하락과 재원기간 단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계속입원 및 사회적 입원을 억제하는 한편 필요한 입원을 허용해 정신질환자의 초기에 집중 치료할 수 있도록 제도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