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열전)다운계약서vs업계약서

by온혜선 기자
2009.12.11 10:55:44

세금 줄이려고 "매매가격 올리거나, 낮추거나"
엄연한 불법..적발시 `과태료+가산세`

[이데일리 온혜선기자] 최근 급등한 전셋값에 내집 마련을 결심한 A씨는 얼마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기존 아파트값이 너무 올랐다는 판단에 아파트 분양권 매입을 고려했으나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매수자에게 매매가격을 낮춰서 신고하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매매가격을 낮춰 신고하는 `다운계약서`와 매매가격을 올려 신고하는 `업계약서` 작성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다운계약서와 업계약서가 무엇인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본다.



다운계약서란 실제 매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작성한 계약서를 가리킨다. 대체로 다운계약서 작성은 매도자가 거래금액을 낮춰 계약서를 작성하는 대신 매수자에게 실제 매매가를 일부 깎아 주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진다. 매도자의 양도세 회피 수단으로 암암리에 사용된다. 
 
`업계약서`는 다운계약서와는 반대로 거래된 금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업계약서를 작성하면 현재 집을 사는 매수자가 향후 집을 되팔 때 얻는 시세차익이 실제보다 적어보이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시세차익에 따라 납부해야 하는 양도세도 줄어들기 때문에 매수자에게 유리하다.
 
반면 매도자는 실제 거래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양도세를 더 내야 한다. 때문에 `업계약서` 작성시 매수자는 매도자에게 양도세 보전을 이유로 실제 거래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
 




다운계약서 작성은 A씨의 경우처럼 입주를 앞둔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서 주로 성행한다. 아파트를 분양권 상태로 팔 경우 매매가격을 낮춰 계약서를 작성하면 시세 차익이 줄어들면서 양도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령 매도자가 2년 3개월 전에 5억원에 취득한 아파트 분양권을 6억원에 되팔면 양도차익은 1억원이며 양도소득세는 구간별로 6~35% 세율이 적용돼 2086만원이다. 하지만 5000만원 가량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신고하면 양도세는 716만원만 내면 된다.
 
양도세율은 1년 미만일 경우에는 양도차익의 50%, 1년 이상~2년 미만일 경우에는 40%, 2년 이상인 경우에는 6~35%의 세율이 적용된다.

업계약서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재개발 지역에서 흔하다. 2억4000만원짜리 재개발 빌라를 2억9000만원에 업계약서를 쓰고 구입한 뒤 1년도 되지 않아 2억9000만원에 빌라를 다시 팔면 양도소득세는 서류상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계약서상 차익이 전혀 남지 않은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상적으로 계약서를 썼다면 매수인은 차익의 50%인 2500만원을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다운계약서, 업계약서는 현행 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 관계 당국에 적발되면 매도·매수자 모두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행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실거래가를 허위신고할 경우 매도자와 매수자, 중개업자에게 취득세의 3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중개업자는 과태료 부과와 함께 최대 6개월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양도세를 적게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않은 부분이 발견되면 실제로 내야하는 양도세 산출액의 40%를 가산세로 물게 돼 있다.